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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신이 내린 절대반지

성기노 기자 |2020-06-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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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BC(기원전)AD(기원후)의 시대는 가고 BC(Before Corona)AC(After Corona)의 시대가 왔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많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고, 미국의 흑인차별 폭동처럼 국가별 소요사태도 빈번해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거리두기가 생활화되면서 인간 갈등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우울증 등으로 자살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이 위기가 언제쯤 끝날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끝나긴 끝날 것이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집단면역 또는 백신. 그냥 질병에 걸려서 자연스럽게 집단면역을 가지게 되거나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인위적으로 획득하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경우 인구의 약 60%가 감염되어 면역이 생기면 집단면역 역치에 도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보면 인구의 60%3,000만명이 코로나19에 걸려야 하고, 그 중 치명률을 2~3%로 계산해서 최소 60~90만명이 사망했을 때 비로소 집단면역이라는 황금반지를 얻을 수 있다. 엄청난 희생자를 동반하기 때문에 누구도 이 집단면역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백신은? 사실 백신이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감염 확산을 억제하면서 무조건 존버를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앞으로 몇 가지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고 봉쇄조치도 단속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도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버텨야 한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백신이 1년이나 16개월만에 개발된다면 그것은 천운일 것이라고 말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개월 운운하며 설레발을 쳤지만 누구도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미국 감염병연구소장 앤서니 파우치가 최소 1년 내지 18개월이라고 이야기한 사실이 이제는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시간도 하나님이 인간을 어여삐 여겨 천운을 주는 경우에 한한다. 지금까지 RNA 바이러스는 변이가 많아 AIDS30년간 개발했지만 백신은 얻을 수 없었고 C형간염 역시 백신이 없다. 인간이 못 만들어낸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1940년 대 첫 백신 등장 이후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개발까지 무려 70년이 걸렸다. 개발은 됐지만,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하고 예방효과가 가장 높은 수준이 70% 정도다. 70년동안 그렇게 기를 쓰고 인플루엔자를 잡으려고 했지만 지금도 30%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그게 100% 효과가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에 조성된 코로나19 희생자들의 집단 묘지. (사진=연합)



백신개발은 시간도 1년 이상 걸리고 그 효과도 생활방역을 하지 않고 BC로 되돌아가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 1%의 사각지대만 있다고 해도 그것이 99%를 잡아먹게 되는 것이 코로나19. 백신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암울한 전망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후세를 위해서라도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살아갈 토대를 만들어주고 가야 한다. 우리 세대에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후세가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탈출로는 확보해줘야 한다.


지금 인류에게 닥친 코로나19는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과 함께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며 불가역적인 것.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이다. 환경이다. 코로나19가 왜 발생했는가를 따져보면 그 속에 희미한 탈출구가 보일 것이다. 인류는 이미 사스 신종플루 지카 에볼라 등의 많은 역병들을 몇 년 만에 한번씩 전 세계적으로 앓아 왔다. 이 역병들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적 농축산업과 토지이용이 환경을 파괴했고 그 결과 인류가 예전에는 접하지 못하던, 자연에 남아 있어야 할 동물들의 바이러스를 직접 접촉해 생기는 역병들이다. 자연이라는 벌집을 건드려 수많은 벌들의 역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도 박쥐가 가지고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천산갑 등의 포유류를 매개로 인간에게 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쥐까지 잡아먹는 인간들이 자연생태계의 저주를 받게 된 것이다. 신종플루 바이러스나 조류독감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바이러스는 멕시코의 축산농장과 같은 자본주의적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마련된 최적의 배지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변모하고 증식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세계화라는 최적화된 매개체를 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전파된다.


절망적이다. 코로나19에 맞설 치료제나 백신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바로 자연이다. 환경이다. 이것이야말로 신이 내린 절대반지다. AC의 시대에서 새로운 문명과 사회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연 회복과 공존이다. 정부는 그린 뉴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개개인도 뭔가를 해야 한다. 어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보았던, 때로는 거추장스럽게 보았던 자연을, 이제는 고맙고 소중한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인간이 기대야할 마지막 희망언덕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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