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연건강 > 건강뉴스

[편집장 칼럼] 세계적인 모범 방역국가로 거듭나는 한국의 비결은?

성기노 기자 |2020-03-16 09:10

카카오톡 공유하기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이미지 네이버 공유하기 이미지


영국 BBC에 소개된 한국의 의료진 모습. 마스크와 고글을 오랫동안 써서 얼굴에 쓰린 상처가 나 테이프를 붙인 모습에서 그들의 열정과 노고를 읽을 수 있다. (사진=BBC 캡처)





한국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대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은 이제 막 팬데믹의 고통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우리가 최정점을 찍은 그 공포의 순간들을 기억하기에 지금 유럽 미국 등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최근 SNS에는 해외에 사는 한국인의 글 하나가 큰 주목을 끌었다. 영국에서 거주하는 이 사람의 글에는 구체적인 정보와 안타까운 심경이 녹아들어 있다. 




1. 유럽인들의 특성상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니 감염된 사람은 본인이 감염된 걸 알지도 못한 채 지역사회를 돌아다닌다. 심지어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아시아인(동양인)을 이상하게 보기까지 한다.
2.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상황이 주변에서 들려온다.
3. 대형마트에 요 며칠 파스타, 휴지 등이 동나기 시작했다.
4. 영국의 국가의료시스템인 NHS (공적시설의 경우 치료비를 내지 않는 전액 국가부담)에서는 감염이 의심될만큼 확실한 증상이 아니면- 예를 들어, 기침과 콧물- 1주일간 자가격리를 권할 뿐 검사에 이르기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5. 결론은, 타국에 있으니, 전염병에 대한 막연한 걱정에 더불어, 매순간 정신적 긴장감을 유지한 채 주변 분위기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불안감까지 더해지니 한국에 있는 것보다 배는 더 힘든 것 같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직원들이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위해 즉석밥과 라면 등으로 구성된 긴급구호세트를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






영국은 최고의 국가의료시스템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함도 많다. 국민 주치의 개념이 있어 심각한 질병이 아니면 지역의사들의 1차 관문을 통과해야 큰 병원으로 갈 수 있다. 그게 쉽지 않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영국은 중증환자 치료 위주로 최소한의 방역 전략을 마련했다고 한다. 우리처럼 열이 조금만 나도 편하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없다. 적어도 코로나19 대처에 있어서는, ‘의료과잉’이라는 지적보다 그것에서 소외돼 불안감을 느끼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영국 등 유럽이 이렇게 고통의 관문으로 들어서는 사이,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모범적인 방역사례로 연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를 통한 신속한 검사, 이를 가능하게 한 기술 역량,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이 미국과 유럽 정부 및 언론의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한국 방역의 키워드이자 타국과의 차별점은 바로 '열린 봉쇄'라는 전략이다. 중국의 경우 후베이성의 모든 주민들이 외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극단적인 봉쇄 조치를 취했다. 중국을 따라잡고 있는 이탈리아도 사태가 악화되자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전국 봉쇄령이었다. 이 조치는 전염병 확산 차단을 위한 가장 원시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다. 더 이상의 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길은 오로지 봉쇄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봉쇄라는 단어를 그리 염두에 두지 않았다. 여기에는 한국적 특유의 공동체 의식, 연대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로 대구가 코로나19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하자 당정청협의회에서 '대구 봉쇄'라는 말이 나와 정부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이것은 물리적인 봉쇄가 아니라 방역체계의 봉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중국처럼 사람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맞지 않는 전략이다. 




한국에서는 이 '봉쇄'라는 단어는 일종의 금기어다. 해외에서는 한국이 특정지역을 봉쇄하지 않은 것이 방역의 최대 모범사례라고 지적을 한다. 셧다운이 가장 확실한 방역책이긴 하지만 민주주의가 성숙해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 군사독재 치하에서 야간통행금지를 경험했던 세대가 있을 정도로 우리도 한때 국가의 철저한 감시 아래 살았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그것이 시민생활에 녹아들면서 코로나19도 국가의 통제와 감시 없이도 시민들의 자율적인 연대와 협력으로 봉쇄 이상의 차단 효과를 내고 있는 게 주효하고 있다고 본다. 누구나 대구를 오갈 수 있고 지금도 대구는 열린 도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시민들의 깨어있는 연대의식이 대구를 봉쇄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KBS 캡처)





이런 공동체, 연대 의식은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로도 이어졌다. 정부는 국민을 믿고 대구의 문을 그대로 열어두었고, 국민과 대구시민도 정부가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가졌기 때문에 대구를 자유롭게 오갔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출입을 자제하는 절제력 있는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의 방역에 있어 한국의 시스템이 세계 최고라는 찬사는 바로 이런 시민들의 저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금도 미국이나 영국 등의 마트는 생활필수품 사재기에 진단도 마음껏 받을 수 없는 정부를 질타하고 분노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사재기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마스크 부족으로 일부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나는 괜찮아요. 당신 먼저'라며 부족한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자발적인 시민 캠페인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고통의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연대의 끈은 더욱 단단히 조여졌고, 대구는 이제 하루 확진자 100명 이하의 '평범한' 도시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 고통을 오롯이 이겨낸 대구시민들의 노력과 협력도 중요했지만, 대구를 격려하고 지원하고 신뢰해준 국민들의 집단지성과 열린 마음도 큰 힘이 됐다. 




코로나19의 모범 방역사례 전범을 만든 것은 고통속에서 오히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오랜 민주화의 결과물이 우리 생활에 녹아든 것이기도 하다. 외신들의 잇단 '코리아 찬사'에 아직은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이제 해외의 찬사에 마음껏 자부심을 가질 만큼 '건강한' 국가가 돼가고 있다. 정치를 떠나, 우리들 칭찬에도 인색하지 말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작성

당신만 안 본 뉴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