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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행복찾기 "아이들에게는 100명의 부모가 있어야 한다"

성기노 기자 |2019-12-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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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덴마크에는 '헬레스헤운'이라고 불리는 공동체가 있다. '펠레스'는 공동이라는 뜻이고 '헤운'은 마당이라는 뜻이다. '펠레스카브'는 공동체, '보'는 산다는 뜻이다. '보펠레스카브'는 덴마크에서 시작돼 다른 북유럽 국가로 급속도로 번져 나가고 있는 코하우징을 말한다. 


이 운동을 시작한 주인공은 기존의 주거 형태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었다. 덴마크의 유력일간지에 '아이들에게는 100명의 부모가 있어야 한다'라는 사설을 기고한 보딜 그로는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연락을 촉구했다. 곧 연락이 빗발쳤고, 5년 뒤인 1972년에 '보펠레스카브'인 세테르담멘이 완공됐다. 코펜하겐 북쪽, 힐레뢰드 근처에 위치한 이 단지는 27개의 단독 주택과 1개의 널찍한 공동 주택으로 구성되었다. 약 70명이 살고 있으며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빈집을 사려고 기다리는 대기자들도 있다. 현재 덴마크의 코하우징 인구는 약 5만명으로, 점점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한다. 


펠레스헤운은 덴마크에 있는 수많은 보펠레스카브 가운데 한 곳이다. 이곳에는 16가구와 아이들 20명의 보금자리가 있다. 보펠레스카브는 공동체 생활뿐만 아니라 사생활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족마다 단독 주택이 있는데, 그 안에는 단독 주방을 비롯해 전통적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단독주택들은 마당과 널찍한 공동 주방과 식당 등 공동 공간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가족들은 따로 또 같이 지낸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원하는 가족들끼리 힘께 식사한다. 대개 30~40명이 저녁을 같이 먹는다. 성인의 한 끼 단가는 20크로네(약 3500원) 정도이고 어린이는 반값이다. 코페하겐에서 카페라테 한 잔이 40크로네(약 7000원)인 것에 비하면 식사비는 상당히 싼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 사람들이 가격 때문에 공동 식사에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니다. 어린아이를 키울 경우 공동 식사를 하면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느라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 그 시간에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모닥불을 잘 피우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6개월에 한번씩 1주일 동안 저녁 준비를 도맡는데 큰 아이들은 이때 옆에서 거들며 요리를 배운다. 식사 준비에서 설거지를 마치기까지 보통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저녁을 먹고 나중에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까지 포함된 시간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은 느긋하게 쉬면서 저녁 준비가 다 됐다는 종소리가 들리길 기다린다. 


펠레스헤운에는 이 외에도 공통 텃밭과 놀이터 운동장 아틀리에 공방 게스트룸 등이 있다. 이곳을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은 언제든 같이 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베이비시터가 필요 없다. 영화나 연극을 보러 가고 싶으면 다른 집에 아이들을 보내면 된다. 


덴마크 통계청에 따르면 보펠레스카브의 숫자는 지난 6년 동안 20%p 증가했다. 상부상조로 아이들을 키우는 환경을 원하는 가족과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기에 처한 노년층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전에 덴마크의 인류학자 막스 페데르센이 '시니어보펠레스카브', 즉 노년층을 위한 코하우징 주제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해보니 공동체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98%, 생활환경에 만족한다는 응답자가 95%였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이웃 주민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어느 정도나 될까. 그리고 그들 중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또 어느 정도 될까. 


보펠레스카브는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었고,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에서도 점점 인기를 더하고 있다. 독일 미국 네덜란드는 이미 수백 개의 보펠레스카브가 건설됐다. 2014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진행중인 코하우징 프로젝트는 60개가 넘는다고 한다. 


확고한 공동체 의식과 안정감, 평온함과 돈독한 우정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행복에 대해 연구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소규모 공동주거 공간'에 대한 정책연구가 활발하다. 경기도의 정책축제에서는 '공동주거공간 노인공동생활체 확산 방안'이라는 주제가 발표되기도 하는 등 한국도 공동체 주거공간 창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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