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마음숲 > 자살예방

구하라씨 숨진채 발견...유명인 '베르테르 효과' 집중분석

성기노 기자 |2019-11-25 09:45

카카오톡 공유하기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이미지 네이버 공유하기 이미지

구하라씨가 SNS에 올린 마지막 사진. 구씨는 여기에서 사람들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사진=구하라씨 SNS 캡처)



가수 구하라씨가 24일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현재 정확한 사망경위를 수사 중이다. 현장 감식을 벌인 경찰은 유서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아직 정확한 사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구씨의 최근 행보를 보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9분쯤 서울 청담동 자택에 구씨가 숨진 것을 지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유서를 남겼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공개 메시지는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팬들에게 남긴 ‘잘 자’라는 짧은 글이다.


구씨는 지난 6월엔 “우울증 쉽지 않다”며 심적 고통을 드러냈다. 그는 “아픈 마음 서로 감싸주는 그런 예쁜 마음은 어디에 있나”라며 악성 댓글에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구씨는 2008년 그룹 ‘카라’의 추가 멤버로 데뷔한 뒤 카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였다. 2016년 1월 카라 해체 후에도 일본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생활에서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구씨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와 폭행 시비가 불거졌다. 최씨는 구씨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구씨는 최씨로부터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를 고소했다. 사건 이후 SNS에서는 ‘구하라 불법촬영물’을 찾는 등 2차 가해가 벌어졌다. 안검하수 수술을 한 그를 두고 성형수술을 했다며 조롱하는 등 악성 댓글도 줄을 이었다.




한편 구씨는 평소 악성 댓글에 대해 심각한 심적 피해를 호소해왔다. 그는 악성댓글 등에 괴로워하다 지난 5월 한차례 자살시도를 했다. 그뒤 건강을 회복한 다음 SNS에 “연예인 그저 얻어먹고 사는 사람들 아니다. 그 누구보다 사생활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하고 그 누구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앓고 있다. 여러분의 표현은 자유이지만, 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라며 악성 댓글에 대한 강경 대응을 밝힌 바 있다.


구씨는 생전 연예계 활동에 대한 고충을 종종 털어놓았다. 2014년 <하라 온 앤 오프: 더 가십>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멤버들의 탈퇴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힘들면 하지 말라’고 하는데 안 할 수 없다. 저도 이게 직업인데 너무 가볍게 쉽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계셔서 조금 슬픈 것 같다”고 했다.


1심 법원은 최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재물손괴와 상해, 협박, 강요, 성폭력 범죄(카메라 이용 촬영) 등 총 5가지 혐의를 언급하며 “이 중 재물손괴, 상해, 협박,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되지만 성범죄 혐의는 무죄”라고 밝혔다.


구씨는 무너지지 않았다. 세상을 주시하며 자신의 걸음을 이어갔다. 6월 일본 프로덕션 오기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3일 일본에서 첫 솔로 앨범 <미드나잇 퀸(Midnight Queen)>을 발매하며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 10월14일 절친했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사망하자 구씨를 걱정하는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설리 사망 다음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 등장한 구씨는 오히려 팬들을 다독이고 “열심히 살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설리야. 언니가 일본에 있어서 못 가고 이렇게 인사할 수밖에 없는 거 너무 미안해”라며 “그곳에 가서 정말 너가 하고 싶은 대로 잘 지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 열심히 살게”라고 말했다. 자신의 SNS에 “그 세상에서 진리가 하고 싶은 대로…”란 글을 남기며 설리를 추모했다. 최진리는 설리 본명이다.


하지만 구씨도 결국 설리의 뒤를 따라간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면서 안타까움도 더욱 커지고 있다.




사망소식이 알려진 뒤 구씨 SNS에는 누리꾼들의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미국 등의 외신들도 구씨의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BBC는 구하라의 비보를 전하면서 지난 5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구하라의 죽음이 또 다른 K팝 스타였던 설리의 사망 한 달만에 발생한 일이란 점을 덧붙였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설리, 보이그룹 샤이니의 종현 등 최근 K팝 스타들의 연이은 죽음에 비판적인 어조의 언급을 했다. 버라이어티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K팝 인재들이 잇달아 숨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호소했고,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지독한 산업의 징후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외신들까지 최근 K팝 스타들의 비극에 우려를 표하고 있어 유명인들의 자살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통계청 조사결과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3년 이후 4년째 줄어들던 자살률이 지난해 9.5% 늘어났다고 한다. 2018년 자살 사망자는 1만3670명으로 2017년보다 1207명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6.6명으로 2017년 24.3명에 비해 9.5% 늘었다.


이런 4년만의 자살률 증가에 대해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라고 유명인 자살의 영향을 받는다. (2013년 이후) 그간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 효과를 내고 유명인 자살이 줄었던 것이 자살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2018년에는 유명인 자살이 늘면서 영향을 줬다고 본다. (자살률)이 가장 많이 늘어난게 지난해 1ㆍ3ㆍ7월인데 그 시기에 유명인 자살이 있었고 상반기에 집중됐다. 자살률은 3월에 가장 많이 증가했고 그 이후 지속 감소해서 평년 수준을 되찾은 것을 볼 수 있다. 원인을 말하기엔 한계가 있고 유명인 자살이 있었던 달에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봐서 유명인 자살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추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료는 지난 2014년 3월 18일 YTN 보도 캡처. 


장영진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도 지난해 자살률이 갑자기 뛰어오른데 대해 “자살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 한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심리부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직업, 경제적 문제, 건강 문제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것으로 나타났다”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가수ㆍ배우ㆍ정치인 등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이에 따른 모방 자살 효과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2005~2011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숨진 유명인 13명의 모방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6.7명이 유명인 자살 사건의 영향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이나 운동선수보다는 배우나 가수의 영향이 더 컸다. 유명인에 따라 모방 효과가 하루 최대 29.7명까지도 나타났다고 한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017년 12월 유명 가수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 직후인 2018년 1월 자살 사건이 매우 늘었고 특히 10대의 자살이 많이 늘었다”라며 “또 2018년 3월 유명 연예인과 7월 정치인의 자살이 있었고 30~40대의 극단적 선택이 크게 늘었다.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유명인 자살의 모방 효과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국내 언론의 자살 보도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한다. 숨진 가수의 경우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아 해외 언론에서도 그의 사망 사실이 보도됐다. 한데 해외 언론에선 자살 수단에 대해서 보도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국내 일부 언론에서 자살 도구를 자세히 보도해 논란이 됐던 점을 언급한 것이다.


평소 우울증을 호소하던 구씨는 지난 5월26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경찰에 구조된 적이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씨의 자살 시도 뒤 그 사후관리에 대해 한번쯤 되짚어봐야 한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살실태조사'에서도 자살 시도 유경험자가 자살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25배나 높았다고 한다.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이들의 48%가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전국 응급실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계속 주장하고 있다. 구씨의 경우 사인이 자살로 밝혀질 경우 자살시도 후 사후관리에 대한 필요성과 국가의 강력한 대책 마련 여론이 다시 한번 뜨겁게 일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작성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