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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편집장 칼럼] 패스트푸드 VS 슬로푸드

성기노 기자 |2019-11-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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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제일제당이 '햇반줄게 밥솥다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요즘은 곳곳에서 패스트라는 단어가 넘쳐난다. 국회는 패스트트랙으로 몇달째 몸살을 앓고 있고, 패스트푸드는 우리 먹거리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특히 한국인의 주식인 '' 문화도' 패스트'의 거센 물살에 밀려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엄마의 따뜻한 '집밥''햇반'이라는 패스트푸드에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부터 '밥 하지 않는 집'이란 콘셉트로 햇반 광고를 냈다. '엄마가 해준 밥보다 즉석 가공밥이 더 편리하다'는 게 광고의 핵심이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즉석밥 시장 규모는 3656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 '햇반'의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한해 동안 햇반 4억개를 팔았는데 국민 1명 당 평균 8개를 구매한 셈이다.



우리의 '' 문화는 이렇듯 빠르게 햇반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더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햇반 밥솥교환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햇반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최근 식문화 트렌드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햇반 밥솥교환 캠페인은 햇반줄게 밥솥다오라는 타이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밥하지 않는 집 시상식온라인 이벤트도 진행됐다. 햇반으로 차려진 집밥을 촬영해 개인 인스타그램에 ‘#햇반’, ‘#밥하지않는집등 필수 해시태그 네 가지를 사용해 전체공개한 후, 햇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햇반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는 햇반줄게 밥솥다오캠페인을 벌이는 CJ제일제당에게 밥솥 수거 햇반 경품행사를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슬로푸드협회측은 "CJ제일제당의 캠페인은 조리를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하게 여기게 조장하면서 조리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파렴치하고 음험한 마케팅이 조리의 중심인 밥솥을 아예 없애서 식생활을 가공식품, 편의식품, 패스트식품에 완전히 의존케 한다"고 주장했다.



(일러스트=클립아트코리아)




슬로푸드협회는 인간의 생존과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조리가 나눔과 친교로 삶을 풍요롭게 해온 문화의 핵심이라는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이 협회는 갈수록 조리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조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조리의 확산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조리하는 대한민국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패스트푸드라는 단어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슬로푸드'는 좀 생경할 것이다. 슬로푸드라는 단어는 1986년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은 5개 대륙으로 널리 퍼져 45개국 7만 명의 유료 회원이 참가하고 있는 일종의 사회운동을 말한다. 심벌은 느림을 상징하는 달팽이며, 본부는 이탈리아에 있다.


이 슬로푸드 운동의 선언문을 보면 "산업 문명의 이름 아래 전개된 우리의 세기에 처음으로 기계의 발명이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 기계는 생활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속도의 노예가 되었고, 우리의 습관을 망가뜨리며 사생활을 침해하고 우리로 하여금 패스트푸드를 먹도록 하는 빠른 생활의 음흉한 바이러스에 굴복해 가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의 방어는 슬로푸드 식탁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향토 요리의 맛과 향을 다시 발견하고, 품위를 떨어뜨리는 패스트푸드를 추방해야 합니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빠른 생활이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일하고도 진정한, 용기 있는 해답은 슬로푸드입니다. 진정한 문화는 미각을 퇴보시키기보다는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경험, 지식, 국제적인 교환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슬로푸드는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합니다"라고 돼 있다.


햇반은 효율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먹거리다. 여기에 슬로푸드가 들어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의 밥상도 어느새 패스트라는 반찬들에 의해 점령되고 있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우리의 무덤덤한 미각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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