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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명상학회장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자연은 날마다 새롭다

관리자 |2021-01-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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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돌로미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아우론초 산장으로 향했다. 같은 길인데도 어제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이제는 안개와 구름으로 보이지 않던 풍경이 오늘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제 상상하면서 걸었던 바위에 매달려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까지 보일 정도다. 마치 어제와 오늘 다른 길을 걷는 듯했다.

 

아오론초 산장으로 가는 길은 트레 치메를 옆에 끼고 가는 코스다. 트레 치메 바위 군상 옆을 지나고 있노라면, 위압적인 바위로 인해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깨닫는다. 언덕을 넘자 아우론초 산장이 보였다. 1시간 남짓 남은 길의 끝이 손에 잡힐 듯하다. 산 밑으로는 미수리나 호수도 보이고, 그 너머에는 또 다른 바위 군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구름 위를 산책하는 듯했다.

 

자연은 인간의 미약함을 일깨운다. 별로 멀어 보이지 않는 길조차 한참이나 돼서야 도착할 수 있다.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수백 미터에서 수천 미터의 바위산이 벽처럼 버티어 서 있었다. 그저 자연의 위대함을 칭송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장엄함과 그곳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깨알 같은 모습이 자연과 인간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또한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한 행복을 준다. 자연을 그대로 느끼면서 내가 이곳에 있음에 큰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변화무쌍한 모습 속에서 자연을 온전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별은 별대로, 석양은 석양대로, 일출은 일출대로, 안개는 안개대로 그저 보이는 그대로 둘러싸여 코앞에 있음에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주위를 뱅뱅 돌게 만들더니, 석양을 맞아 조금씩 자태를 보여주기 시작해, 석양과 일출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은 그저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을 뿐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기쁨도 되고 아쉬움도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돌로미티 여정은 걷기 여정의 전문가, 아니 중독자들과 함께였다. 그래서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심지어 잠자는 것조차 별 관심이 없었다. 트레 치메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도 잠자리의 불편함보다는 자연과 직면했다는 흥분이 더 컸다. 오로지 자연 속에서 걷기에 집중하고, 엄청난 자연의 경치를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같이 간 동료들 역시 이번 여정이 오로지 걷기에 몰입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암 투병 중에 여정을 같이 했던 분마저 암에 대한 두려움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한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다시 걷기 위해 건강해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여정 동안 자연의 위대함 앞에 경외감을 가지면서도, 자연의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새벽에은 자연과 솔직한 심정으로 마주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떠오르는 태양의 강렬함으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번 걷기 여행의 목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나의 리듬과 모습을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앞만 보고 달리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왕 큰돈 들여서 온 거 제대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스스로를 닦달라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실망하기도 했다. 변화와 전환을 위한 여행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나는 달라질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았던 것인가, 하고 반성도 했다.

 

나에게 여행이란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알아차리고,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진실로 원하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설령 여행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 나는 이미 변화하고 알아차릴 준비가 끝난 것이다. 단지 여행에서는 자신을 좀 더 내밀하게 관찰하고, 주변을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 경험이 쌓여 언젠가 당신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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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종우명상학회장

한국명상학회 회장. 걷기 여행 주치의이자 화병 전문가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다. 2019년 11월 한의사로는 최초로 한국명상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명상 문화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분노를 풀고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정신의학과 한의학을 함께 연구해왔다. 그리고 자연에서의 치유가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과 분노를 잠재우는 올바른 치료법임을 깨달았다. 10년 전부터 여행과 걷기, 치유와 명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건강 캠프와 트레킹에서 상담과 주치의를 맡고 있다. 여기서 만난 많은 중년을 통해 걷기 여행이 어떻게 인생을 바꾸는가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인생을 바꾼 사람 중 한명이다.
김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어릴 때부터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지금도 부정맥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던 지난 2010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걷기를 통해 결과보다 과정이, 인생의 목표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에 고민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걷기 여행이었던 것이다. 걷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명상법도 수련하고 체득해 이것을 널리 알리는 데도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화병과 마음치유 정신요법, 명상 등에 관해 많은 저서를 썼다. 그 가운데 ‘마흔 넘어 걷기 여행’에 나온 내용들을 골라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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