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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①] 대한민국 20대 여성들은 왜 자살을 선택할까

유주 기자 |2021-01-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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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11월 젠더미디어 슬랩이 제작한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다소 충격적이고 불편한 현실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20대 여성 자살률이 유독 높은 가슴 픈 현상을 짚은 것이었다. 이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수 17만 회를 넘은 상태다.


코로나 이후의 상황은 아직 집계가 확실치 않으나, 최근 몇 년간 대부분 국가의 자살률은 감소추세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유독 높다는 오명을 갖고 있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자 수)을 보면, 2018년 기준 OECD 평균은 11.3명이었으며 우리나라는 무려 24.6명에 달한다. 미국(14.5), 일본(14.9)보다 높은 것은 물론 2위인 리투아니아(22.2)보다도 2.4명이나 높은 수치다.


특히 20 여성 자살률은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9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늘었을 만큼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전체 자살률은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2~3배 정도 높지만, 20대 여성의 경우 상황은 정반대다. 모든 세대와 성별을 넘어선 자살률 증가가 한국 20대 여성을 나타내는 슬픈 초상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젊은 여성층의 높은 자살률은 좀 더 면밀한 분석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표=통계청)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증가하는 한국 여성 자살률(Suicide is on the rise among South Korean women)’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와 같은 현상을 분석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원인으로 한국의 빠른 사회·경제적 변화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빠른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여성의 인권과 지위에 대한 인식 변화도 뒤따랐다. 그러나 전통적이고 다소 보수적인 여성상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두된 개인주의가 일종의 정서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서스캐처원(Saskatchewan) 대학 티모시 강(Timothy Kang) 교수는 이러한 긴장감은 특히 현대 한국의 젊은 여성들에게 극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남성들과 비슷하고 동등한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라났으나, 여전히 직장 내의 성차별, 외모에 대한 성차별, 결혼과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상대적 강박감이 높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20대 여성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공감, 위로, 지지와 같은 정서적, 사회적 교감을 더 필요로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이 차단되는 등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여건이 박탈된 것이 우울감을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단지 성별에서 오는 감수성의 차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불안의 증가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중인 장재열 상담가 겸 작가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사회적불안(social anxiety)과는 또다른, 사회학적 의미의 사회적불안(social unrest)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사회적불안(social unrest)을 겪는 시기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빠르다는 점도 자살률의 원인과 접목해 볼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은 군복무 등으로 인해 대부분 20대 후반까지 학생 신분이 연장되지만, 여성의 경우 23~25세 정도면 이 시기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장재열 상담가는 구직시장에 조금 더 빨리 진입하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위기를 겪는 여성 사회초년생들의 인원이 더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물론 이 또한 다양한 원인 중 아주 작은 하나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여성의 성향문제가 자살률의 절대적 원인은 아닐 수 있다.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된 만큼, 차차 드러나는 요인들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인 불안정성도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 몇 년간의 경제 침체 상황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구직시장에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경제적 불안정성이 초래하는 사회적 고립감이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에게 큰 문제라고 말한다.

정부도 젊은 여성층의 자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난 123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는 이전에 다뤄지지 않았던 2030 여성의 자살 대책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11개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그간 주로 지역사회의 자살예방 지원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대응 자살예방 강화대책과 더불어 최근 자살률이 급증한 2030 여성의 자살예방 대책 논의가 주된 주제였다.


정부는 ‘20·30 위기여성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청년 여성, 경력단절 여성 등을 위한 취업 지원 제도 등을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새일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 등 여성·가족 지원기관과 자살예방 전문기관을 연계해 여성 자살예방 상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만 12살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한 방문 돌봄 서비스인 아이돌봄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자살률의 상승이 정말 급속한 사회변화의 결과라면,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내놓은 다양한 지원방안과 대책이 실행되고 제대로된 시스템이 작동하는지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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