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알프스 산맥하면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정도가 떠오르겠지만, 알프스의 끝자락 이탈리아에도 대자연의 숨겨진 선물이 있다. 바로 돌로미티(Dolomiti)다. 돌로미티는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동쪽 볼차노(Bolzano) 지방으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해 있다. 백운암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봉우리, 3000m가 넘는 18개의 바위산과 41개의 빙하, 드넓은 초원과 맑은 계곡, 아름다운 숲이 어우러진 곳으로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게다가 놀랄 정도로 큰 암석이 군상을 이룬 곳이기에 산악인에게는 암벽 등반 명소로 유명하다. 실버스타 스탤론 주연의 영화 ‘클리프행어’(1993)의 촬영지로, 제목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 펼쳐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돌로미티 지역은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트레킹 코스다. 푸른 초원 뒤로 솟아난 거대한 바위 산들, 그중에서도 돌로미티를 상징하는 세 개의 봉우리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거기다 작고, 예쁘고, 자연을 닮은 산장이 반나절 정도의 거리마다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비해 돌로미티를 걷는 트레커의 배낭은 가벼운 편에 속한다. 트레킹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한 코코아로 보상받을 수 있고, 와인으로 이완시킬 수 있다. 일몰과 일출, 별빛이 쏟아지는 밤의 전경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산책길이 있어 낮의 고단한 트레킹을 끝내고 천천히 걸으며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한 코스다.
이번 걷기 여행에는 트레킹을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이 많이 모였다. 이들과 걷기 여행의 매력을 이야기할 수 있어 더 즐거웠다. 걷기 여행을 한번 해본 사람들은 다시 걷기 여행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흠뻑 빠진 것이다.
사람들이 돌로미티 걷기 여행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연으로부터의 선물, 경치 때문이다. 걷기 여행에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은 어디가 걷기 좋은 길인지 끊임없이 찾는다. 특히 돌로미티는 자연 속에 푹 빠져서 실컷 걸을 수 있으므로 놓칠 수 없는 길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번 여정에는 암 투병 중인 사람도 참여했다. 그분 역시 걷디 여행 신봉자가 되었다. 1년전 암 진단을 받고 귀향해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곳으로 트레킹을 하러 온 사람들을 만났다고 한다. 멀리 서울에서 3~4시간을 내려와 하루 이틀 걷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의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걷기에 푹 빠진 것이리라.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하나같이 건강하고 밝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동네를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사실 투병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걸을수록 좌절감과 불안이 점점 옅어졌고, 체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걷기 모임이 있으면 늘 나갔고, 점점 먼 곳으로 걷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제주 올레를 다 돌고, 이제는 외국으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 걷기는 그분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충분히 매료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준다. 자연과 같이 호흡하면 자연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몽땅 얻을 수 있다. 하늘이 천기(天氣), 땅의 지기(地氣), 그리고 같이 간 사람들로부터도 인기(人氣)를 받는다. 자연의 리듬에 자신을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본래 모습,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건강해진다.
돌로미티의 전체 일정은 최고의 경치, 최고의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푹 담갔다 나오는 일정이다. 유럽 최고의 경치는 단연 알프스다. 돌로미티는 알프스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고 산을 오르는 것은 아니다. 산 위까지는 버스나 케이블카로 이동해 산속에 푹 안긴 구릉을 맘껏 걷는 여정이다. 구릉의 크기가 결코 작지도 않다. 구릉은 축구장 8000개 넓이의 광활한 지역이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지만, 쉴 수 있는 카페도 만날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은 알프스의 시골 마을에서 보낸다. 오로지 자연 속에서 걷기만 할 수 있는 멋진 일정이다.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