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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자살률 낮춘 핀란드 일본은 무엇이 달랐나?

성기노 기자 |2020-12-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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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망한 '자살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3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 인구로 치환한 10만명당 자살률은 24.6명으로 OECD 평균(11.3명)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던 자살률이 2018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어 정부의 정책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더구나 코로나19라는 사회상황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살률 상승 요인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아직 경악할 만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나타날 때쯤에는 자살률도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살예방에 대한 정책 개선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대의 숙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접어든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하지만 삶의 질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이 아니다. 국제연합(UN)이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55위에 불과했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단연 1위를 차지한 것도 하위 수준의 삶의 질과 무관치 않다. 자살률만 낮춰도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유사한 자살 문제를 겪었던 일부 선진국들은 어떻게 자살률을 낮출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도 그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과거 우리나라보다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던 핀란드가 있다.


핀란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된 1965년부터 1990년까지 자살률이 3배나 폭증했다. 그 결과 1990년에는 인구 10만명당 30.2명이라는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1986년 세계 최초로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예방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교육과 조사연구, 발표활동 등을 강화했다.


우선 자살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위한 기금을 제공함으로써 표적 집단과 주요 문제를 확인하였고 1991년 국가 자살전략을 공식화했다. 이어 1992년에는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5년간의 프로그램 수행에 대해 1998년에 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핀란드 정부의 핵심 대책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1986년부터 1992년까지 6년 동안 진행된 ‘심리 부검’이다. 심리 부검은 자살이 발생했을 때 사망자의 의료기록과 경찰기록, 주변인 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 자살 동기와 자살 방법, 심리적·사회적 영향 등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핀란드의 심리 부검에는 학교와 병원, 사회복지기관, 군대, 교회 등에서 전문가 5만명이 참여했고 부검 결과 무려 3분의 2이상의 자살자가 우울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병원 기록에 의하면 이들 중 단 15%만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나머지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보건소나 병원들이 정신과 환자 외 일반 외래 환자들의 우울증, 자살 충동 여부까지 주기적으로 체크하도록 했다.



핀란드 헬싱키 알렉산더 거리. (사진=연합)



핀란드 정부는 심리 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1992년 자살예방프로그램을 마련한 후 1996년까지 4년간 전국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한 병원이나 보건소 등 직접적인 의료, 건강 서비스 제공 부분과 학교, 직장 등 일반적 사회 시설 부분의 연계도 확대해 한 개인이 자살 관련 문제로 건강 서비스에 접촉할 경우 사회적 서비스에도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30.2명이던 자살률은 10년만에 22.1명으로 줄어들었으며 20년이 지난 2010년에는 17.3명이 됐다.


주변국인 일본 역시 적극적인 투자로 자살률을 줄이는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3년 27명에 달했던 일본의 10만명당 자살률은 2015년 18.9명을 기록했다. 12년 동안 30%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일본의 자살률은 14.9명으로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2010년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자살예방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 주도의 법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일본 정부는 치솟는 자살률을 잡기 위해 ‘자살대책기본법’을 마련했으며 해당 법을 근거로 예산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법제정 이전의 대응정책들은 주로 우울증에 대한 치료와 예방을 중심으로 한 정신의학적 접근에 집중됐으나 제정 이후부터는 개인의 정신건강문제뿐만 아니라 실업, 도산, 다중채무 등 사회적인 요인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특히 법 제정 후 처음 5년간 연간 약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자살예방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15년 일본의 자살 예방 예산은 7837억원으로 전년(3614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일본의 현재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8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전국 229개 기초단체 전체 예산 229조원 중 자살 예방과 관련한 부분은 0.016%인 336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예산 218억원을 합쳐도 총 584억원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호주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용성, 접근성 강화, 지역사회 자원 활용을 강조한 자살예방 대책 수립해 1990년 13.4명이었던 자살률을 2013년 11.2명까지 낮췄다. 호주의 국가자살예방전략은 ▲1차적 보건 네트워크에 기반한 지역적 접근 ▲전 국민 위기지원서비스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원주민의 자살예방 전략 포함 ▲자살 및 자해시도자의 사후관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리나라도 역시 지난 2018년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을 수립하며 전 부처적, 범 사회적 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규모나 방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상당히 많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역시 예산과 인력이다. 자살 위험군을 폭넓게 선정해서 그들부터 밀착 관리를 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인력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실 자살 위험군 관리는 자살예방의 가장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다. 자살 시도자는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또한 자살 시도자 주변인들도 자살 시도자의 자살에 충격을 받고 알게 모르게 자살 위험군으로 빠져들게 된다. 우선 이 자살 위험군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위험군과 보호 대상은 계속 발굴되기 때문에 꾸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대상자에게 '다른 분이 발굴됐기 때문에 이제는 연락을 못 드리겠다'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촘촘히 위험군 관리를 하지 않으면 그 그물 바깥으로 자살자들이 새 나가기 마련이다. 이들을 관리할 폭넓은 인력 풀이 필요한데 현재의 예산 여건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력 부족 문제는 자살 예방 정책의 방향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자살예방 사업은 현재 복지보다는 정신 건강 분야로의 접근이 대부이고, 전문가들이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케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자살 단계에 접어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자 발굴을 위한 폭넓은 조사가 필요한데 그럴 여력이 충분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살을 지금까지의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와 관련한 좀 더 보편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신의학이라는 틀에 한정되면 예방활동에도 한계가 있고 그것이 자살률을 낮추는 데 최대의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 정책은 주로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만 관리를 하고 있고 민간이 보편적 예방활동을 대부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뛰어난 민간 단체들의 활동을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에서 자살예방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영국의 경우 우리보다 자살률이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자살 예방을 담당하는 장관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 과장 정도의 공무원이 해당 업무를 모두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자살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아직 정립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자살률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사업으로 이끌어갈 정부의 전담 기관이 있어야 정책이 지속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특정 공무원이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인사 이동 주기마다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어 전문성도 떨어지고 주체적으로 정책을 이끌어 가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살예방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민간 전문가들과 단체에 정책을 맡기고 그들을 지원하는 방식도 고려해봐야 한다. 정부가 위에서 통제, 감독하는 현재의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자살예방은 당장 효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주요정책에서 언제나 후순위로 밀려난다. 정부로서도 당장 급하게 쓸 예산이 많은데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는 자살예방에 엄청난 예산을 쓸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자살을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일탈로 규정하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있는 한 자살률은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추구권을 정부가 진정성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해마다 수백억원의 예산만 허공에 날리며 공무원 밥그릇만 챙겨준다는 비판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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