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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섭 원장 ‘의사의 반란’] 천천히 먹자

관리자 |2020-12-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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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 몸에 필수적인 현미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식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미 껍질은 단단한 식이섬유가 주를 이루므로 백미를 먹듯이 빨리 삼키면 대부분 소화되지 못하고 대변으로 나와버립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현미로 밥을 바꾸고 나서 힘이 없고 군것질이 늘었다고 하시는데, 대부분의 경우 빨리 먹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천천히 식사하는 것은 아주 사치스러운 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어느 세월에 맛을 음미하며 배를 채우느냐 하면서 한 끼 때우는 식사인데 빨리 배만 부르면 되지 하는 생각들을 합니다. 대부분 학창 시절 학교에서의 급식을 통해, 군대에서의 단체 급식을 통해, 또 사회에 나와서조차 즐겁고 느긋하게 식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질병이 있어 진료실에 찾아오는 분들에게 빨리 밥 먹다가는 빨리 하늘나라 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다음 아무리 사는 게 힘들어도 밥 먹을 때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즐겁게 드시면 어떤 질병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을 잘 들여다보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전체에 천천히 식사를 즐기고 음미하는 문화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학교에서 천천히 밥을 먹으면 뒤떨어진 아이처럼 인식되어 왕따가 되기 쉽고 다른 아이들은 한순간에 먹어 치우고 잠깐이라도 친구들과 노는데 혼자 앉아서 식사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학교 식당에서도 빠른 회전과 정리를 위해서라도 빨리 밥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나이에 질병이 생겨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음식을 천천히 먹으라고 하면 대부분 난감해합니다. 나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말이죠.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같이 어울려 식사해야 하는데 나만 유별나게 세월아 네월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둔 어머니들은 제게 일반 병원에서는 아이의 소화력이 약하므로 현미밥을 먹이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영양 흡수가 안 되어 영양 불균형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에게 영양가 없는 흰밥에 노폐물을 만드는 고기나 생선, 가공된 반찬을 먹이는 것보다 좋은 밥을 먹이는 것이 아이의 건강에 필수라고 말입니다. 다만 아이들에게 빨리 먹으라하고 채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밥과 반찬을 섞어서 먹이거나 국에 말아서 빨리 먹게 하면 당연히 소화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밥의 맛과 반찬의 맛을 알 수 있도록 꼭꼭 씹어가며 천천히 음식을 먹으면 영양이 불균형해지기보다 집중력도 높아지고 아이의 성격도 좋아지는 효과도 함께 얻게 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위장병과 위암도 이런 문화와 관계된다고 생각합니다. 밥을 빨리 먹으면 제대로 씹지 못했을 것이고, 이런 상태로 위장에 도달한 음식물들은 위에서 소화시키기 어려우므로 위장이 고생하는 것입니다. 위장에는 이빨이 없습니다. 한국인에게 위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보다 더 큰 위험은 빨리 먹는 데 있습니다.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야 했던 상황에서는 빨리 먹고 일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런 생활 습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위장병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위암의 발병률을 높였을 것입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식사를 현미밥과 채식으로 바꾸면 빨리 먹기 힘듭니다. 백미에 동물성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하기 때문에 씹을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것은 식시가 빨라지는 이유가 됩니다. 빨리 먹던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현미밥으로 음식을 바꾸고도 좀처럼 천천히 먹지 못합니다. 현미밥 한 수저를 50~60번 정도 씹어야 삼킬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습관이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은 몇 번 씹고 나면 입안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습관을 바꾸려면 현미밥을 입안에 넣고 나서 수저를 내려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밥과 반찬을 같이 넣고 씹으면 밥맛도 느낄 수 없을뿐더러 반찬과 함께 넘겨버리게 됩니다. 먼저 밥을 꼭꼭 씹어 삼키고 나서 반찬을 먹는 연습을 하면 좀 더 천천히 먹을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선 처음 오는 환자분들에게 천천히 씹는 연습을 시키기 위해 볶은 곡식을 권합니다. 현미와 몇 가지 곡식을 쪄서 말린 뒤 천천히 볶아서 만든 밥을 식사로 하게 합니다. 그러면 물기 없는 밥을 먹게 되므로 건조된 곡물이 부서지고 침과 함께 충분히 섞여야 넘길 수 있게 되죠. 이런 식사를 한두 달 정도 하면 점차 습관이 바뀝니다.

 

물론 처음에는 물기 없고 딱딱한 곡식을 씹기 때문에 저작근이 발달하면서 붓고 아픈 염증 반응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서 생기는 통증은 나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부드러운 음식 위주의 식사를 해왔기 때문에 발달하지 않았던 근육이 생기는 과정이므로 바람직한 반응입니다. 그래서 턱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저는 박수를 쳐줍니다. 이제부터 제대로 올바른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축하를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올바른 식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현미밥과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게 되면 식사 시간은 자연히 길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우리 몸에서는 자율신경의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스트레스에 강한 사회 구성원들이 많아질 것이고, 이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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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신우섭원장

약없는임상의학회 회장. 약보다는 올바를 식사를 통해 환자 스스로 병을 치유하게 도와주는 의사. 의정부 오뚝이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건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신우섭 원장은 현대 의학을 공부하면서 수많은 질병들의 설명에 항상 따라붙는 '원인은 모른다'라는 말에 의구심을 품었다. 질병의 원인을 알면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정확한 원인을 설명해줄 수 있을 텐데 정작 많은 병명을 배우고 외우면서도 원인은 하나같이 모른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대 의학의 불확실성과 한계에 실망한 그는 한때 가운을 벗어던지고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벤처사업가로 나서기도 했다.
그 후 다시 의료인의 길로 돌아왔을 때 그는 연구와 경험을 통해 병의 원인이 음식에 있으며,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결코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우리 몸의 자연치유 능력을 믿게 되었다. 건강하려면 병원과 약을 버리라고 단언하는 그는 약보다 건강한 밥상을 처방하기를 원한다.
그에게 있어 의학은 소수의 사람만 독점하는 지식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몸이 조금만 아파도 병원과 약에 의존하는 우리들에게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다만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있을 뿐이다"며 스스로 치유의 주제가 되면 세상 모든 질병과의 유쾌한 한판승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약 없는 임상의학회' 회장이자 채식하는 의료인들의 모임인 '베지닥터' 회원으로도 활동중이다. 닥터 신의 오뚝이 건강법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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