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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 ‘뉴노멀 자연시대’] 그래도 먹거리만은 지켜야 한다

관리자 |2020-12-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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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푸라 비다’(pura vida). 이 말은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생활 철학입니다. 영어로 직역하면 ‘pure life’ 즉 순수한 삶이라는 뜻입니다. 자연 속에 묻혀, 자연과 함께, 자연처럼 산다는 게 그곳 사람들의 생활양식이자 의식입니다. 그들은 철학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는 세계 5대 건강 장수촌인 블루존’(blue zone)이 되었습니다. 나는 스페인어를 모르지만 이 말이 무척 좋습니다. 그리고 내 나름의 해석을 붙여보면서 되새깁니다.

 

사실 우리도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빠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루느라 자연과 멀어지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반도 5,000년의 역사는 한마디로 춥고 배고픈 생존의 역사였습니다. 농업국이니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가뭄이라도 들면 아무리 넓은 들도 폐농(廢農)입니다. 게다가 좁은 땅, 물길 따라 논이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해 논 한 마지기가 아흔아홉 조각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곳에 가뭄까지 덮치면 수많은 아사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60년대 군사혁명으로 산업화와 함께 녹색혁명이 이루어졌고 겨우 밥은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절대빈곤이 서서히 해소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국민의 건강, 영양 상태도 좋아졌습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기대수명도 차츰 늘어나 이제는 82, 우리는 세계 최장수국이 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발전이요, 축복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수명입니다. 건강수명이 70세를 겨우 넘어섰습니다. 통계적으로만 본다면 생의 마지막 10년 남짓한 시간은 병을 앓다 죽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얼마나 큰 비극입니까. 개인 삶의 질도 문제지만 가족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람들은 장수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가난과 굶주림, 영양실조에 시달려왔던 나라가 이처럼 짧은 시일에 세계 최장수국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복잡한 의학적 요인이 작동했을 것입니다. 그중 한 요인으로 나는 우리가 가난하고 굶주려왔기에 장수국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는 자연의학, 생활습관 의학을 공부해온 학자로서 가지는 결론적 소신이기도 합니다.

 

내 나이 올해로 87, 나는 한국 근대사를 대변할 수 있는 역사적 증인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팔공산 두메에서 자란 우리는 야생마 같았습니다. 온 산과 들판을 돌아다니며 뒹굴고, 싸우고, 철이 들면서도 소를 먹이고, 쇠꼴을 베러 다녔습니다. 차가 없어 공해도, 스트레스도 없었습니다. 아니, 공해라는 말 자체가 없던 시절입니다. 아파도 갈 병원이 없었습니다. 다치거나 아플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며칠 정양하는 것뿐이었지요.

 

우리 학교는 대구공항 동쪽 끝에 있었고 우리 마을은 서쪽 끝, 산비탈에 있었습니다. 족히 10리도 넘는 통학길을 매일 걸어 다녔습니다. 늑대가 많아 어른이나 상급생과 동행하지 않으면 갈 수도 없는, 멀고 먼 들길이었습니다. 어릴 적은 물론이고 어른이 된 후에도 패스트푸드는 물론 햄버거, 핫도그, 피자, 치즈, 설탕이 없었습니다. 비만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물론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당뇨병, 고혈압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은 요즘 아이들이 커가는 생활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별세계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연면역력이 절로 튼튼해질 수밖에 없었던 건강한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논밭을 매고 나무 그늘에 낮잠을 즐겼던, 새삼 그립기만 한 지난 어린 시절입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러한 어린 시절은 이제 다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산업화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생활습관이 모조리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먹거리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누구나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면역력이 튼튼해지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먹거리입니다. 이 먹거리를 지키지 않으면 우리 면역력에 빨간 불이 들어옵니다.

 

지금까지 의학계에서는 지중해식 식단, 일본식 식단을 건강 식단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발병 경과를 지켜보자니 세계 최고의 건강식을 먹는 나라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일본식 식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전통식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양인들은 물론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인의 마늘 냄새, 김치 냄새를 아주 싫어하던 일본인들이 요즘은 일본식당 어디를 가도 김치 안 나오는 곳이 없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영양학회에서도 한국 전통 식단을 세계 최고의 건강식으로 내세우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주식인 쌀은 글루텐이 함유되어 있는 밀가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건강한 식재료입니다. 한국 전통 식단에는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발효식이 있고 생채소와 샐러드보다 파이토케미컬 섭취에 용이한, 삶은 나물 문화 거기다 양념을 곁들이는 반찬 문화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한국 전통 식단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영농법입니다. 식량 해결이 급선무였던 1960년대 우리는 녹색혁명이라는 기치 아래 농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땅이 메말라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식물 성장이 잘 안 되니 비료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농약, 비료를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국 전통 식단이 제아무리 좋아도 재료가 좋지 않으면 결정적 취약점을 가진 식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유기농 운동을 펼치게 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유기농산물로 밥상을 차린다면 한국 전통 식단이 세계 최고의 건강식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주는 일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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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시형박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나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으로,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활용한 '면역력과 자연치유력' 증강법을 전파해왔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독창적인 인생론은 국민건강, 자기계발, 자녀교육, 공부법 등 다양한 주제로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미래를 미리 내다본 그의 자연치유력 건강철학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로 접어드는 이때 인류의 유일한 탈출구이자 희망이 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시형 박사의 자연치유 혜안이 빛을 발할 때인 것이다. 2007년에는 자연치유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2009년에는 세로토닌문화원을 건립하고, 현재 '병원이 필요 없는 사람'을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정신과 신경정신학과 P.D.F를 받았다. 이스턴주립병원 청소년과장, 경북의대 서울의대(외래) 성균관의대 교수, 강북삼성병원 원장,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Hwa-byung)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저서 및 역서로는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공저) '강력한 규소의 힘과 그 의학적 활용'(공저) '농부가 된 의사 이야기' '어른답게 삽시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배짱으로 삽시다' '옥시토신의 힘' '세로토닌의 힘' '여든 소년 山이 되다' 외 100여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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