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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명상학회장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감각을 끌어올리는 먹기 명상

관리자 |2020-12-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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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탈리아 소렌토는 멋진 지중해 풍경을 선사한다. 거리도 예쁘고 제대로 된 이탈리아 정식도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이탈리아 음식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아 곤혹스러운 참이었다. 맛은 둘째 치고 며칠 동안 파스타와 피자만 먹으면 누구나 물릴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가뭄의 단비처럼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소렌토 외곽에 위치한 파토리아 테라노바(Fattoria Terranova)라는 음식점이었다.

 

파토리아 테라노바의 이탈리아 음식은 화려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꽈배기 치즈를 곁들인 햄인 프로슈토(Rrosciutto), 루스티카 피자, 해물 샐러드, 라구 소스를 곁들인 소렌토식 리소토, 얇게 슬라이스 한 구운 감자를 곁들인 농어 요리, 빵가루를 뿌려 오븐에 구운 꽃상추 롤에 와인과 리몬첼로를 곁들이고, 디저트로 마무리했다. 요리 재료를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먹는 맛은, 과거 어느 때도 맛볼 수 없었던 새로움으로 가득했다. ‘이게 이탈리아 음식이구나!’ 하며 감탄하길 여러 번이었다.

 

거기에 와인의 향취, 식욕을 자극하는 이탈리아의 대중 가곡 칸초네의 선율,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음식의 맛 등 음식을 둘러싼 모든 요소가 행복으로 다가왔다. 플라워 가든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리 세팅되어 있어 예쁜 꽃을 보며 맛보는 이탈리안 정식의 풍미는 더욱 깊었다. 트레킹 첫날부터 입이 호강한다. 이럴 때일수록 작정하고 식사를 즐겨야 한다. 그야말로 먹는 것 자체에 푹 빠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먹기 명상이다.

 

우리는 빨리빨리문화가 익숙하다 보니 식사를 할 때도 빨리 먹는 경향이 있다.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도 전에 다 먹어버리는 것이다. 먹기 명상은 먹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알아차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명상 센터에서는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채소로 먹기 명상을 시작한다. 먹는 시간은 30분 이상이어야 한다. 당근, 오이, 고구마, 양파를 조금씩 식감과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는다. 채소 한 그릇이면 아주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먹기 명상은 먹는 행위를 할 때 미각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모든 감각을 활용한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에너지가 되는 모든 과정을 감각을 총동원해 느끼는 것이다. 우선 음식을 눈으로 본다. 색깔과 모양으로 식욕을 돋운다. 그 다음은 냄새를 맡는다. 와인을 시음하기 전 향을 맡는 것과 같다. 포크와 나이프, 플레이트의 달그닥거리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음악이 들리는 곳이라면 음악까지 맛과 연관시킨다.

 

먹을 때도 천천히 하나하나의 과정에 집중한다. 입 안에 넣고, 혀로 맛보고, 이로 씹고, 음식이 입안에서 잘게 쪼개지고 목으로 넘어가는 것을 느낀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목을 타고 위까지 내려가는 느낌, 이어지는 포만감과 만족감까지 느낀다. 집중해서 음식이 몸 구석구석 퍼지는 느낌까지 상상을 가미해 떠올려본다. 그리고 내 앞으로 요리가 나오기까지 거치는 과정과 여러 사람의 노력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단지 눈앞의 음식을 먹어치우는 행위가 아닌 자연의 선물을 나의 것으로 소화시키고 나의 몸에 전달하는 대사 활동임을 깨닫는 과정이다.

 

먹기 명상을 통해 한 번 식사를 하고 나면 그 기억은 평생을 간다. 행복에 이르는 또 하나의 방법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파토리아 테라노바의 요리로 먹기 명상을 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오감이 모두 강렬하기 때문에 감각 하나하나를 차례로 인식하여 집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에 집중하기는 이토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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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종우명상학회장

한국명상학회 회장. 걷기 여행 주치의이자 화병 전문가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다. 2019년 11월 한의사로는 최초로 한국명상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명상 문화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분노를 풀고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정신의학과 한의학을 함께 연구해왔다. 그리고 자연에서의 치유가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과 분노를 잠재우는 올바른 치료법임을 깨달았다. 10년 전부터 여행과 걷기, 치유와 명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건강 캠프와 트레킹에서 상담과 주치의를 맡고 있다. 여기서 만난 많은 중년을 통해 걷기 여행이 어떻게 인생을 바꾸는가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인생을 바꾼 사람 중 한명이다.
김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어릴 때부터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지금도 부정맥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던 지난 2010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걷기를 통해 결과보다 과정이, 인생의 목표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에 고민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걷기 여행이었던 것이다. 걷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명상법도 수련하고 체득해 이것을 널리 알리는 데도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화병과 마음치유 정신요법, 명상 등에 관해 많은 저서를 썼다. 그 가운데 ‘마흔 넘어 걷기 여행’에 나온 내용들을 골라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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