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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광주의 자살률이 감소하는 까닭

관리자 |2020-12-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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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청 전경. (사진=연합)


한국은 인구 10만 명을 기준으로 자살 사망자를 계산하는 자살률이 26.9명이다. 올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작년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했다. 이제는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에도 어느덧 익숙해져 버렸다. 10년 이상을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톱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끄러워하거나 그 책임을 무겁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심각성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면, 10년 이상 1위의 불명예 기록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때 한국의 자살률은 하락 추세였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중 자살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었다. 하지만 자살자 수는 문재인 정부 이후 2년 연속 증가했다. 2018년 9.7%에 이어, 2019년에도 0.9% 증가한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4년 연속 감소추세를 보이던 자살자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2년 연속 증가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문재인 정권만 딱 집어서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자살률 상위를 기록하고 국가가 최근 2년 동안 오히려 그 상승률이 커졌다면 뭔가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러가지 배경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경제적 이유가 클 수밖에 없다. 경제생활문제로 인한 자살자가 대폭 증가했다는 것은 자살자의 직업별 자살자 수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2019년 무직자 자살자는 6,372명으로 2018년 대비 41명, 2017년 대비 무려 456명이 증가했고, 기타 자살자 3,604명 등 저소득자와 실직자들이 경제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맞아 죽음으로 내몰렸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경제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을 추정되는 자영업자 자살자는 2019년 1,031명으로 2018년 1,030년과는 거의 같았으나 2017년 927명에 비해 무려 104명, 최소 11.1% 증가한 수치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것은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자영업자들의 시장이 대기업에 귀속되고, 온라인 거대시장에 잠식된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서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초월이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퇴직후 창업이나 다른 사업을 하다가 마지막에 선택한 직업이어서 더 이상 퇴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폐업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갈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경제적인 시각에서 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경제정책이 연착륙을 하지 못한 데 대한 후유증이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예산을 늘리고 각종 자살예방대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자살률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광주광역시의 자살률 하락 소식은 한국 중앙정부의 자살예방대책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역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과연 어떤 대책이기에 그토록 잡기 어려운 자살률 하락 추이를 이끌어냈을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광주광역시 자살률은 전년보다 7% 감소한 23.9명으로 2년 연속 전국 17개 시·도 중 최저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자살률이 꾸준히 하위권을 유지한 것은 2012년 국가정신보건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설치한 광주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광주시는 자살예방 캠페인·홍보 등 범 사회적 환경조성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자살예방 인력 양성 등 지역사회 역량 강화 민관 협력을 통한 24시간 자살위기 응급대응체계 구축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특히 자살시도 재발 방지를 위해 전남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 및 중소병원과 연계해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시행하며 응급실에서 연계된 자살시도자에게 치료·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살고위험군의 사망과 재시도를 예방해왔다. 이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자살 시도자들과 맞닥뜨리는 1차 '전선'에서 과감하게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살시도 유경험자는 자살 사망자의 약 80배이며 자살사망자 중 36.5%가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2019 심리부검면담 결과보고서’) . 한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다시 시도해서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자살유형의 대부분인 것이다. 이와 함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도 자살에 대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그들 또한 큰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에까지 이르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광주시는 자살 고위험군으로 집중관리가 필요하지만 낙인과 편견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자살유족을 발굴해 통합 지원하는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사업’을 2019년 9월부터 시범 추진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 사업은 남겨진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연쇄적인 자살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관리하는 방식으로 자살율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살사망자의 45.8%가 가족 중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로 사망했다(‘2019 심리부검면담 결과보고서’). 주요 사업 내용으로는 자살사건 직후 유족에게 초기상담 법률·행정 학자금 임시주거 심리지원 등 맞춤형 통합 서비스 제공 등이다.


실제 시범사업 이후 유족 발굴 건수는 4.3배, 집중 관리를 위해 등록된 유족 건수는 3.6배 증가했으며 실제 발굴된 유족에서 자살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고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주형 민·관 협력 24시간 자살위기 응급대응체계는 24시간 위기상담전화 운영 경찰-소방과의 현장 동반 출동 야간 및 휴일 응급입원이 가능한 SOS 핫라인 정신의료기관 지정·운영을 통해 선제적으로 정신건강 사회안전망을 확보한 모범 사례로 인정받아 지난 6월 광주형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밖에도 광주시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상담 대응과 야간 출동을 위해 지난 7월 광주자살예방센터 야간 전담인력을 6명에서 12명으로 확충하고 응급개입팀을 확대 운영하는 등 대응체계를 더욱 공고하게 쌓고 있다. 


광주시의 자살률 저하 대책의 핵심은 바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온 자살시도자들은 자살을 다시 결행할 수 있는 가장 고위험군이다. 광주시는 이렇게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에 대해 집중적인 관리를 한 것이다. 광주시는 자살시도자에게 치료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살 고위험군의 사망과 재시도의 저지를 응급실에서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사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중 절반가량은 과거에도 자살을 감행한 '자살 고위험군'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표한 '2019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 1만6568명 중 7365명(44.8%)이 과거에도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살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2679명 중 6개월 내 자살할 계획이 있다고 한 사람은 122명(4.7%)이었다.


전문가들은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정부 및 전문기관의 사후 관리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자살 시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살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사후 조치 없이 구조한 자살 시도자를 가족에게 인계하면 상황이 종료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신체적 치료만 받고 퇴원하는 자살 시도자가 많다"며 "경찰과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사례 관리자들이 응급 입원을 하도록 설득하지만 자살 시도자의 동의율은 60%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여러 대의 구급차가 정차해 있다. (사진=연합)



한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였으나 획기적으로 자살률을 낮춘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병원과 연계해 자살 원인을 분석하고 자살 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와 안실련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사업 평가를 위한 도구(TOOL) 개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기관, 지자체, 자원봉사단체, 경찰이 자살 시도자와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긴급 방문과 치료, 상담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일본 자살자는 10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일본 자살자는 2만169명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고 10만명당 자살자 수(자살률)는 전년 대비 0.5명 줄어든 16명을 나타내며 1978년 경시청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 자살자는 1만3799명으로 전년 대비 9.7% 급증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나갔다. 자살률 역시 2.3명 늘어난 26.9명으로 2년 연속 늘었다. 최근 2년의 시기에 자살률이 늘어난 것은 경제적 요인이 주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1년 31.7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었지만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한국은 지난 13년간 한 해를 제외하고 OECD 자살률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치욕스러운 기록이다. 


정부도 외국 사례를 참고해 자살 시도자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63개 병원과 함께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적시 치료와 사후 관리 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자살 시도자의 자살 위험도, 우울감, 자살 생각, 알코올 사용 문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례 관리 서비스를 4회 이상 받은 7078명을 분석한 결과 자살 위험도를 상중하로 나눴을 때 자살 위험도가 상인 사람은 13.8%에서 6.4%로 줄었고 하인 사람 비율은 42.2%에서 62.5%로 증가했다. 우울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4%에서 46.2%로, 자살 생각이 있는 사람은 25.7%에서 15.2%로 감소했다. 알코올 사용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4.6%에서 11.1%로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통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상, 지금까지의 대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획기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0년 이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정부정책의 실패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있고 예산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40명 가까이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자살예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내의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2명이 채 안되는 공무원이 업무를 맡아 10만명에 대한 자살예방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 중 자살예방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01% 수준이다. 전국의 229개 지자체 자살예방예산은 전체 229조원의 0.016%인 366억원이다. 2019년도 정부예산인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예산 218억원을 포함하더라도 자살예방예산은 584억원으로 이는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인 교통안전(한국교통안전공단+도로교통공단) 예산 6002억원, 산업재해 예방(안전보건공단) 예산 3932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교통사고와 산업재해에 비해 자살예방의 중요성이 결코 덜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쥐꼬리' 예산을 보면, 정부가 자살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기에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으로만 바라보는 경향도 있다. 개인이 선택을 잘 못 해서 죽음에까지 이른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자살은 사회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구조적인 병리 현상이다.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면 사회 구성원이 서로 연대해서 '죽음에 이르는 길'을 끊어내야 한다.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극단으로 내몰리는 개인들이 할 수 없이 자살이라는 마지막 극단적 선택을 한다. 자살은 사회구조적인 모순에 의한 타살이라는 인식을 정부가 가져야 한다. 그래서 1차적으로 자살 시도자들과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병원의 응급실에서부터 자살예방대책이 시작되어야 한다. 자살을 재 시도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런 '고위험군'만 잘 관리해도 자살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광주광역시의 모범적인 예방대책과 그 실적이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예방대책으로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10년 이상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한국인들이 유독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비관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해서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빚어낸 불행한 합작품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 대책반이 응급실로 달려가 한 사람의 자살 시도자라도 더 찾아내 그들을 죽음의 수렁에서 건져내야 한다. 그리고 자살까지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그들을 따뜻하게 포용해주는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자살 방지 수호자의 역할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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