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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 이곳에서 진짜 살아간다는 것을 배웁니다"

박민정 기자 |2020-12-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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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BS 경인TV '로망다큐 가족')


과학 선생님으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던 유현상 씨(59)는 '꿀 보이스'와 뛰어난 실력 덕분에 학원가로 스카웃 됐다. 그렇게 25년 동안 월,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까지 단 하루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달려온 결과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과학 학원을 운영 중이다.


지역에서는 일명 '일타 강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1박 2일 가족들과 마음 편히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했으며 아내와 마주 앉아 이야기 할 시간도 없었다. 평생 꿈의 공간이자 사각의 링 위에서 고군분투한 결과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탈모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OBS 경인TV '로망다큐 가족'에 출연한 현상 씨는 "좋은 샴푸를 써봐도, 약국에 가서 약을 타먹어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봐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의 현상 씨는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OBS 경인TV '로망다큐 가족')


4년 전 황토 갯벌로 유명한 전라남도 무안군의 황무지를 보고 반해 그곳에 '행복 쉼터'를 짓고 생겨난 변화다. 현상 씨는 "처음 이 땅을 봤을 때 황새 수십 마리가 푸드덕 푸드덕하면서 확 올라가는 거예요. 그 순간 느낌이 팍 오는 게 여기다"라며 첫 만남을 회상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내 신인자 씨(58)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바다와 맞닿은 땅, 심지어 바닷물이 들어오면 맹지로 돌변했고 오랜 시간 묵힌 땅이라 칡넝쿨과 잡초가 뒤엉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남편 때문에 결국 대출까지 받아 '야생의 땅'을 구입하고 평지로 다듬은 뒤 컨테이너로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두 아들의 이름을 한 자씩 따고 정원이라는 뜻으로 '산강뜰'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산강뜰에서 시간을 보낼 수록 현상 씨는 웃음이 많아졌고 머리카락도 쑥쑥 자랐다.


(사진-OBS 경인TV '로망다큐 가족')


지금은 아내도 자연의 매력에 푹 빠져 두 사람은 일주일 중 3일은 광주 도심에서, 나머지는 산강뜰에서 시간을 보낸다. 직접 꽃과 나무를 심으며 정원을 꾸미고 바다로 나가 먹을거리를 구해오기도 한다. 자연산 석화를 따온 남편을 본 아내는 "믿기질 않는다"며 신기해하며 한 상을 차려낸다.


아내 인자 씨 역시 '산강뜰'에서 보내는 시간에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중이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평생을 맞벌이로 살며 아들 둘을 키웠기에 편히 등 한 번 붙일 시간 없었던 세월을 보냈다. 산강뜰에 와서야 바늘과 실을 손에 들며 세상 시름을 잊고 미처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며 기뻐한다.


그 곁에서 남편 현상 씨는 파란 플라스틱 의자 에 앉아 바다를 보며 맥주 한 잔을 마신다. 그는 "이 순간이 진짜 사는 것 같다. 나를 버리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이제는 이곳에서 손자, 손녀들과 손잡고 지내는 게 로망이다"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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