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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명상학회장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사람이 모이는 길에는 스토리가 있다

관리자 |2020-12-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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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규슈 올레길의 하이라이트는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온천이다. 온천 마을 앞에는 망루처럼 생긴 빨간색 정문이 우리를 반긴다. 100년이 넘은 호텔에서 1000년 이상 뿜어져 나오는 온천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규슈 여행에서의 모든 것을 보상받은 기분이다.

 

온천은 피로를 푸는 좋은 방법이다. 여행을 마치고 난 후에 몸을 적당히 담그고 반신욕을 하는 것이 좋다. ‘머리는 차갑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을 따른 목욕법이다. 피로는 기운을 위로 뜨게 한다. 실컷 걸은 다리는 혈액 순환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온천을 하면 기운을 아래까지 내려 피로한 다리를 풀어주면서, 가슴 위쪽 부위는 시원하게 해준다. 다리까지 내려간 기운은 온천을 하는 동안 전신으로 혈액 순환을 돕기 때문에 그간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막혔던 혈맥을 소통시킨다.

 

일본 규슈 올레길을 하루 종일 걷고 나서 온천 마을에 도착해 얻은 휴식이다. 고진감래, 고행을 한 만큼 그 휴식은 달콤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남정네만 모였다. 보통 중년의 걷기 여행에서는 남성 참가자가 많지 않다. 이번에는 부부 동반 참가자가 많아 자연스럽게 남성도 많았다. 온천 마을에 와서 밤을 그냥 보내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통했다. 여자끼리는 온천에서 수다도 떨고 피부가 좋아진다며 기뻐하니 남자들도 따로 보상받고 싶어진 것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저씨들끼리 조그마한 이자카야로 모였다. 여자의 수다만큼이나 정감 어린 대화가 오갔다. 호기롭던 젊은 시절과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이야기의 소재가 되었다. 건강에 대한 화두 역시 빠지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갔던 여행지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이야기도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인생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야쿠시마가 대두됐다. 야쿠시마는 우리나라의 울릉도처럼 일본 본토에서 뚝 떨어져 있는 규슈의 남쪽 섬으로 자연의 보고라고 했다. 오래된 나무들이 빽빽하게 있다고 하니 모두들 다음 여행지로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부부의 공통점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 비결 중 하나가 서로 건강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 이들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그중 한 부부의 이야기다. 남편은 나이 70이 넘을 때까지 세계 각국의 명산들을 트레킹해왔다. 하지만 부인과 같이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같이 다니자고 해서 첫 여행지로 일본을 선택했다.

 

부인은 처음엔 남편과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을 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어느새 다음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남편은 뿌듯해했다.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더 먼, 더 높은 곳으로 갈 거라고 했다. 적당히 기분 좋은 술기운을 느끼며, 건강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깊어졌다.

 

걷기 여행에서 지역 주민을 직접 만나는 것도 큰 기쁨 가운데 하나다. 이번 여행에서 일본 가정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민박 코스로 일본의 산촌과 농촌 생활을 체험하고 일본인 특유의 정갈함과 친절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 농촌 사회의 안정은 일본 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라고 들었지만, 막상 그들과 함께한 산촌의 밤은 일본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대접하는 음식, 상대방에 대한 배려, 삶을 대하는 진솔한 모습을 접하면서 일본의 지역 사회 저변에 흐르는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공동체 문화를 통해 끈끈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자연과 조화되는 삶을 통해 영적 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또한 이방인을 대하는 시골 마을의 정은 공동체를 뛰어넘는 인류애를 느끼게 했다. 저절로 감탄이 내뱉어졌다.

 

사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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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종우명상학회장

한국명상학회 회장. 걷기 여행 주치의이자 화병 전문가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다. 2019년 11월 한의사로는 최초로 한국명상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명상 문화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분노를 풀고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정신의학과 한의학을 함께 연구해왔다. 그리고 자연에서의 치유가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과 분노를 잠재우는 올바른 치료법임을 깨달았다. 10년 전부터 여행과 걷기, 치유와 명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건강 캠프와 트레킹에서 상담과 주치의를 맡고 있다. 여기서 만난 많은 중년을 통해 걷기 여행이 어떻게 인생을 바꾸는가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인생을 바꾼 사람 중 한명이다.
김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어릴 때부터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지금도 부정맥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던 지난 2010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걷기를 통해 결과보다 과정이, 인생의 목표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에 고민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걷기 여행이었던 것이다. 걷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명상법도 수련하고 체득해 이것을 널리 알리는 데도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화병과 마음치유 정신요법, 명상 등에 관해 많은 저서를 썼다. 그 가운데 ‘마흔 넘어 걷기 여행’에 나온 내용들을 골라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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