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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망자, 교통사고 4배인데…예산은 10분의 1뿐"

성기노 기자 |2020-1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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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 캠페인 현장 모습. (사진=연합)



한국은 15년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OECD 평균 11.3명을 훨씬 웃도는 24.6명을 나타냈다. 15년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정부가 자살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의 정책이 자리잡으려면 10년 정도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가져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15년 동안 이 심각한 자살 문제를 사실상 책임방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여성의 자살률이 급증하면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졌다. 올 상반기 극단적 선택에 나선 여성은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1942명을 기록했다. 젊은층도 취약 계층이다. 지난해 10대 사망자의 37.5%, 20대는 51.0%, 30대의 39.0%가 자살로 사망했다.


해결할 문제는 산더미지만 우리나라의 자살예방정책 예산은 올해 기준 290억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17년(99억31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연간 3만여명의 자살자 수를 기록했던 일본이 관련 예산을 연 7000억원씩 투입해 그 수를 10년 사이 30% 감소시킨 것과 대비된다. 예산이 자살문제 해결의 중심은 아니겠지만,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예산을 증액한다면 단 한 명의 목숨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살 예방을 위해 편성한 예산과 관련 공무원 숫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월 26일 국회자살예방포럼이 안실련, 생명보험사회공헌위와 함께 진행한 자살예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229개 기초단체의 지난해 전체 예산 229조원 중 자살 예방과 관련한 부분은 0.016%인 336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모습. (사진=연합)



중앙정부 예산 218억원을 합치면 총 584억원이다. 이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안전 예산 6천2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예방 담당 공무원은 평균 1.7명에 불과했고, 이들의 자살예방센터 평균 근속 기간은 37.6개월로 3년이 조금 넘었다.


강원도는 자살예방 업무를 하는 정규직이 인구 10만명당 3.83명으로 가장 많았다. 충남도가 3.53명, 전남이 3.33명으로 뒤를 이었다. 기초단체 가운데 자살예방단체가 없는 곳은 8곳으로 파악됐다. 인천 옹진, 강원 영월·인제, 전북 순창, 경북 군위·울릉, 경남 의령·함안이다. 자살예방 조례를 갖춘 곳은 전체의 77%인 176곳이었다.


관련 요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자살예방 업무 순위 1위는 경기 파주시로 나타났다. 전남 나주와 함평이 그다음이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교수)은 "자살을 예방하려면 예산, 조직, 인력 등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데 책임감과 전문성이 떨어진 비정규직이 업무를 많이 맡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찰, 소방, 자살예방센터 등과 힘을 합쳐 민관협의체 운영을 통해 자살예방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 52명이 참여하고 있는 국회자살예방포럼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국민의힘 윤호중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자살을 예방하려는 정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은 사실상 전무하다. 매년 주먹구구식의 예산증액은 이뤄지지만 그마저도 교통관련 예산에 비하면 10분의 1수준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살을 방지하는 사회적 안전망에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홍현주 한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구멍이 생긴 사회 안전망에 예산을 투입하고 체계를 구축해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 인식하고 그것이 경제에까지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다시 진단을 해야 한다. 15년째 자살률 1위는 오명을 넘어 정부의 명백한 정책실패 사례다. 10년 장기 자살예방 로드맵을 세워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협조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 공감대 없는 자살정책의 일방적 추진으로는 높아만가는 자살률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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