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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관리자 |2020-11-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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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를 우승으로 이끈 이동욱 감독. (사진=연합)



야구를 꽤나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는지 곰곰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가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프로야구 탄생 때 지역연고제를 채택했기 때문에 막연한 애향심으로 야구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야구 그 자체보다는 고향의 팀을 좋아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야구는 축구보다 점수를 좀 더 '쉽게' 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축구처럼 공 하나를 가지고 90분 내내 죽자 사자 쫓아다니다 눈 깜짝 할 사이 골이 들어가는 것보다, 베이스원볼스, 사구, 안타 등으로 루상에 나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것도 더 역동성 있게 보입니다. 축구가 오로지 발힘만 겨루는 마라톤같다면 야구는 발힘 팔힘 몸힘 등을 다양하게 쓰는 철인 3종경기쯤 될까요.

 

제가 좋아하는 팀은 NC 다이노스입니다. 이 팀을 좋아하는 팬들은 아마 대부분 롯데 자이언츠에서 건너간(그들의 표현으로는 배신을 한) 사람들입니다. 부산 못지않게 야구 열기가 뜨거운 마산창원의 극렬 팬들 때문에 마산 아재라는 별칭까지도 생겼습니다. 이 팀으로 갈아탄까닭도 그 지역연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귀여운롯데 이대호 팬이었지만 NC로 옮겨오면서 이대호도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선수가 팀을 옮겨도 계속 응원을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시 저는 애향심혹은 지역주의의 강고한 굴레를 야구에 투사시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정치부 기자 시절,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폐해가 바로 지역주의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노무현의 당당한 역주행을 걱정스럽게 보면서도 그 투지와 열정은 몹시도 부러웠습니다. 대학 때 부산출신 친구는 나는 해태 타이거즈가 좋다며 공개적으로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그 지긋지긋한 지역주의가 싫다는 선언과 함께요. 그때는 그 친구를 보며 좀 별스럽다는 생각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한국 프로야구의 탄생은 당시 전두환이 이 좁은 땅덩어리를 8개로 동강 동강내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든 디바이드 앤 룰의 산물이었던 셈입니다. 사상계 전집을 집에 자랑스럽게 전시해놓았던 부산출신 친구의 해태 타이거즈사랑은 어찌 보면 초보 지식인 나름대로의 독재 항거와 저항의 표출이었던 것이죠.

 

사실 나는 엄밀히 말해 야구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니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축구보다 더 역동적이고,'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가 좋다'는 옛 어른들의 속담에 이끌리는, 디바이드 앤 룰에 생각없이 따랐던, 그냥저냥 야구팬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진짜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야구를 가장 흔하게 비유할 때 등장하는 클리셰가 바로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야구를 볼 때, 투수의 볼 배합이 어떤지, 주자가 도루할 때 투수의 투구습관을 어떻게 간파하는지, 왜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수비 시프트를 하는지 잘 모릅니다. 내가 더 관심이 가는 건 어떤 선수가 2군에서 갑자기 1군으로 올라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그 과정의 눈물겨운 뒷이야기나, 초임 전입 온 감독이 수십년 한 팀에서 더그아웃의 정령으로 자리 잡으며 후배들을 쥐락펴락 하는 고참스타들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회장님이 과연 누구의 말을 듣고 어느날 갑자기 감독의 목을 날려버렸는지, 그런 것들이 더 궁금합니다. 야구 초고수들이 보는 전략과 전술보다 팀내 정치, 선수와 감독간의 알력 등에 더 눈이 가곤 합니다. 그걸 통해 내가 지도자라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대책없는 여의도정치의 해답을 야구판에서 찾을 수 없는지 등을 투사해보곤 합니다. 

 

이번에 NC다이노스가 우승하면서 집행검 세리머니도 화제가 되었는데, 저는 이동욱 감독의 승리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동욱 감독은 기존 야구의 시각에서 보면 스타출신도 아닌 온전히 비주류 출신입니다. 이동욱 감독은 1997년 롯데자이언츠에서 선수로 데뷔한 뒤 2003년까지 짧은 선수 인생을 보냈습니다. 6년간 통산 성적은 초라했습니다. 143경기에 출전해 타율 .221, 5홈런 1도루에 그쳤습니다. 선수들이 대스타출신 감독을 무서워하며 따르는 건 그의 따뜻한 리더십이 아니라 한국 한국의 대명사라는 그 스펙으로 찍어누르는 강압의 지도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선수 때 별 볼 일 없었던 코치의 말은 예사로 듣는 경우가 많겠지요. 오로지 타율과 방어율로만 평가하는 야구판에서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양의지 등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모기업 NC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집행검을 들어올리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동욱 감독은 비교적 이른 나이인 30살에 은퇴를 하고 곧바로 2004년 롯데에서 코치로 새로운 인생을 스타트했습니다. 그는 2007LG 수비코치를 거쳐 2011NC가 창단되자 수비코치로 합류했습니다. 이동욱 감독은 NC가 팀을 처음 꾸려 강진에서 훈련을 시작했을 때부터 코치로 함께 했습니다. 그때 강진 캠프에서 함께 고생했던 나성범, 박민우, 김진성, 원종현, 박민우, 강진성 등은 이제 NC의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창단 때부터 가장 밑바닥에서 NC 선수들과 동고동락했기에 주전선수부터 2군 선수까지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동욱 감독은 선수들의 긴장이 풀어질 때 코치진들로부터 조금 다그쳐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내하며 선수들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주장 양의지는 그런 이동욱 감독의 리더십을 사랑의 리더십이라고 표현합니다. 박석민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상에 일치하는 분이다. 저런 감독님과 오래 하려면 선수들이 성적을 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동욱 감독 본인도 부임 2년 차에 구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선수들과 좋은 관계라고 밝혔습니다.

 

야구를 잘 모르지만, 어쩌다 마산이라는 곳에서 태어나 NC 다이노스로 갈아탄, 어쭙잖은 마산아재이지만, 이동욱 감독의 리더십에는 정말 공감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승리 인터뷰에서 감독의 야구는 없다. 선수가 주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던 인내의 원천에는 감독의 리딩이 아니라 선수의 플레이가 오롯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감독의 간명한 인터뷰를 보면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느냐는 명제를 새삼 되새겨 봅니다. 프로야구 선수쯤 되면 이미 기량적으로는 더 이상 가르칠 게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심리적인 공감 코칭이 더욱 중요합니다. 선수의 아픔과 약점에 공감해주고 그것을 벗어나게 해주는 마음의 휴식처같은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새로 선임되는 신진감독들도 프런트 생활을 오래하며 선수들과 공감대를 넓혀왔던 무명출신이 대부분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전형의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정당의 당수, 대기업의 회장, 기업의 팀장, 동네 이장 등 무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 무리가 집권을 하고, 성과를 내는 데에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펙과 권위로 찍어누르는 리더십이 아니라 공감해주는 리더십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선수가 주인이다라고 떳떳하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감독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정치부 기자 시절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똑똑한 정치인들도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 중에 그 누구도 정치의 중심은 국민’이라고 진솔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정치는 오로지 나의 출세와 우리편의 권력잡기’라는 오만과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선수가 주인이라는 말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 문서상으로만 기록된 헌법 12항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할까요? 부모 잘 만나, 덜컥 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수십년 하다 할 게 없어서, 돈 좀 벌어서, 그런 저런 스펙 하나 믿고 정치판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그들에게는 정치의 중심에 오로지 '나'밖에 없습니다. 혼돈 혼란의 정점을 찍고 있는 정치판에도 '국민이 주인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비록 '빈말'이라고 할지라도, 그 말을 들은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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