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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변호사 ‘심신일여(心身一如)’] 세종대왕은 흰쌀밥을 먹었을까?

관리자 |2020-11-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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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거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은 흰쌀밥을 먹었을까. 현미밥을 먹었을까? 그 당시에 흰쌀이아는 것이 존재했을까?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먹는 흰쌀밥은 1920년 일제 침략자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해 정미소를 짓고 도정기를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등장한 먹거리다. 이 도정공장은 약 100여 년 전 필리핀에 서양인들이 처음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전에 우리 선조들은 어떤 밥을 어떻게 먹었는가? 과거에는 집 안에서 절구에 찧고 키질을 하거나, 동네다 방앗간에서 디딜방아나 통방아, 연자방아, 물레방아 등에 의해 쌀을 찧어 껍질(Husk)만 벗긴 채 밥을 지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 말하는 현미(Brown rice) 등 통곡물 쌀이다.

 

그 후 도정기술의 도입으로 본격적인 기계식 도정이 이루어졌다. 도정한 쌀은 깎을수록 더욱 부드럽고 맛있어졌다. 도정은 주로 겨(Bran)를 깎는 데 맞춰졌다. 쌀의 지방은 주로 겨에 많아 겨로부터 기름을 짜서 비싼 값에 팔기도 했다. 지금도 동남아시아에서는 쌀의 겨에서 짠 기름을 요리할 때 쓴다고 한다. 아시아 전역에 흰쌀을 먹는 문화가 퍼졌다. 겨에 들어 있는 많은 식이섬유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을 비롯한 많은 영양소들이 깎여 나갔다.

 

쌀은 도정 정도에 따라 현미 등 통곡물 쌀에서부터 쌀겨와 쌀눈까지를 모두 깎아버린 백미까지로 나뉜다. 현미 등 통곡물 쌀은 벼에서 왕겨만 벗겨내고 맨 바깥 부분의 쌀겨(미강), 그 안쪽의 한쪽에 있는 쌀눈(배아), 그 중앙의 백미(배젖)가 모두 남아 있는 쌀을 가리킨다. 그리고 쌀눈과 쌀겨가 떨어져 나간 정도에 따라 3분도미, 5분도미, 7분도미 등으로 세분한다. 쌀겨와 쌀눈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배유만 남은 쌀이 흰쌀, 즉 백미이다. 중량으로는 현미의 약 93% 이하가 된다.

 

현미의 영양성분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외에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쌀눈(배아)66%, 쌀겨(미강)29%, 백미 부분인 배젖(배유)5%로 분포되어 있다고 설명된다. 쌀눈은 구성 성분비로는 2~3%일 뿐이나, 쌀 전체의 영양분의 66%나 차지한다. 백미가 되면 다른 영양분이 거의 없는 탄수화물 덩어리가 된다.

 

벼의 조상식물이 출현한 연대는 대략 14천만 년 전으로 보고, 오늘날의 벼 작물의 원조는 200~300만년 전으로 본다. 또 벼농사 시작은 1만 년 전으로 추정하는데, 세계 최고의 볍씨 탄화미가 우리나라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발견된 것을 보며 시료의 연대가 12,000~17,000년 전으로 입증된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쌀, , 겉보리 등의 탄화된 곡류가 토기에 담긴 채 발굴된 바 있는데, 그 시기는 청동기 시대인 BC 6세기경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의 실학적 농촌경제정책서로 알려진 서유구(徐有榘)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본리지(本利志)’(정명현, 김정기 번역, 구자옥 등 감수)는 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는 물을 대 주어야 하는(개종:漑種) 곡식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그 글자는 벼 화()’자가 절구 구()’자 곁에 있다. 벼를 정미하여 쌀알(:)이 되었을 때 그 위로 쌀알을 들어 올리는 모양을 본뜬 것이다. 벼의 정기(:)는 태음(太陰)의 금()으로, 금에서 수()가 나온다(金生水). 때문에 물을 머금어 점점 젖어 들어서 벼의 형체(:)를 이루는 것이다. 벼 가운데 일찍 여문(조숙:早熟) 올벼를 선()이라 하고, 찰기가 있는(:) 찰벼를 나()라 하며(사람들은 나()로 표기한다), 찰기가 없는(불점:不黏) 메벼를 갱()이라 하거나 갱()이라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임원경제지는 껍질을 벗겨내는 정도와 관련하여 정씨시전의 쌀의 비율에 관한 설명도 인용한다. “()10, ()9, ()8, 시어(侍御)7”이라는 것이다. 이때 ()’는 통상 오늘날의 용어로 현미 려라고 읽고, 겉껍질만 벗긴 쌀, 즉 현미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하는데, 과거의 용어로는 벼를 매통에 갈아 왕겨만 벗기고 속겨는 벗기지 아니할 쌀, 즉 매조미쌀 매지미쌀 몽매쌀 조미(糙米).조미(造未)라고 일컬은 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는 통상 정미 패로 읽는데, ‘기계 따위로 쌀을 찧어 입쌀을 만듦’, 즉 정미(精米)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나, 이것이 오늘날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정미의 개념과 일치하는지는 의문이다.

 

()’은 통상 뚫을 착으로 읽고, 이를 쌀을 쓿다’, 곡식을 찧어 속꺼풀을 벗기고 깨끗하게 하다라는 의미로 해석하여, 아예 오늘날의 백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아직 확실한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보인다. ()도 역시 껍질의 일부를 벗겨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그 정도가 오늘날의 백미 수준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시어(侍御)’는 왕에게 바치기 위한 쌀로 이해된다. 왕에게 바치는 것은 가장 많이 벗겨냈다는 의미일 텐데, 그래도 오늘날의 도정 단계에 비추어 과연 어느 수준까지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과거 문헌에는 중미나 반미, 반도미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예컨대 경국대전에 당상관과 당하관에게 주는 녹봉에서 중미와 조미에 차이를 두었다고 하는 등이다. ‘세종실록같은 문헌에는 간중미, 상중미 같은 용어도 등장한다.

 

현재와 같은 도정기계가 도입되기 전인 과거 왕조시대에도 쌀을 다각도로 깎으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어온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그 깎기의 정도가 기술적으로 오늘날의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보편적으로 인정된 학설이 없다. 오히려 영양분석적 근거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무조건 조금이라도 더 많이 깎는 것이 우수하다는 단순한 사고에 얽매여 있었던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현미나 백미라는 말은 본래 일본 말이다. 과거에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용어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어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이다. 더구나 현()검을 현으로 읽을 때 영어의 ‘Brown rice’에 해당하는 번역으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도정 정도에 따라 려미(糲米) 패미(粺米) 착미(鑿米) 시어미(侍御米)라든가, 정미(精米) 착미(鑿米) 수미(粹米)라든가, 조미(糙米, 造未) 중미(中米) 등의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멥쌀은 갱미(秔米, 粳米), 찹쌀은 나미(稬米, 糯米)라 하였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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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강지원변호사

서울대 졸업, 행정고시 합격, 사법고시 수석 합격하여 법조계에 입문하였으나, 1978년 비행청소년 담당검사, 1989년 청소년 교화기관인 서울보호관찰소 소장, 1997년 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등을 맡으며 '청소년 지킴이', '청소년 수호천사'의 길을 걸어왔다. 2002년 변호사로 전직 후 청소년인권보호센터 대표, 청소년보호법률지원단 단장, 성매매방지기획단 단장,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장,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위원장, 사회통합지역위원회 위원장, 정치개혁을 위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등으로 활동하였고, 현재에도 장애인을 위한 푸르메재단 이사장, 청소년교육을 위한 위즈덤적성찾기캠프스쿨 총재, 나눔과 봉사를 위한 나눔플러스 총재, 생명존종을 위한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 사회통합을 위한 신간회 및 민세 안재홍 기념사업 회장, 몸의 행복을 위한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 노르딕워킹I.K 총재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통곡물 전도사로 변신해 삼시세끼를 현미 등의 통곡물 식사를 실천하고 있다. MBC TV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를 시작으로 MBC TV '5시 이브닝뉴스',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와 최근에는 KBS TV '제보자들' 등에서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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