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자연인 > 비밀의정원

[기자 탐방기] 52년 만에 개방, 청와대 뒤편 '북악산 둘레길' 완전정복!

박지현 기자 |2020-11-05 19:27

카카오톡 공유하기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이미지 네이버 공유하기 이미지



올해 11월 1일에 개장된 북악산 북측면 둘레길의 모습. 도성을 기준으로 목재계단이 보이는 왼편이 청운대~곡장 구간이다. (사진=박지현 기자)


서울 중심지를 크게 품은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때,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성으로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백악)부터 낙산(낙타), 남산(목멱), 인왕산(내사산) 능선을 따라 축조된 서울의 울타리다. 단풍철을 맞아 자연건강인 취재진이 방문한 코스는 창의문에서 혜화문에 이르는 백악구간으로 총 길이 4.7km3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최근 111일에 19681.21 사태 이후 40년 넘게 출입이 제한됐던 북악산 북측면 둘레길(청운대~곡장) 구간 전격 개방에 나섰다.

 

북악산 한양도성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면 한양도성이 본격적으로 개장된 시기는 200641일로 1단계인 홍련사 숙정문 촛대바위 구간을 부분 개방했다. 200745일에는 와룡공원 숙정문 - 청운대 백악마루 창의문 구간을 개방했고, 201945일에는 국민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기존의 신분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개방 시간을 확대해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했다. 이어서 최근 111일에는 북악산 성곽에서 북악스카이웨이 사이 성곽 북측면과 군부대 철책을 제거하고 청운대~곡장 구간의 성곽 외측 탐방로를 개방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었다.

 

창의문 진입소는 7022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 정류소에 내리면 바로 연결돼 있다. 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어머니 부대와 전문 산악인 포스 무리가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기자도 이 대열에 합류해 본격 도성길 탐방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두 갈래 길에 탐방객들의 발걸음은 나뉘기 시작했다. 몇몇 탐방객은 자연스레 창의문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또 다른 탐방객들은 철문이 열려있는 계단 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나타난 아저씨의 거기(창의문) 아니고 여기(철문)예요한 마디에 탐방객들은 일제히 계단 길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문가 포스의 아저씨가 없었다면 기자도 자연스레 창의문으로 들어설 뻔했다. 새로 개방된 도성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평일 오전임에도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 정류소로 바로 옆 계단을 오르면 창의문이 있다. (사진=박지현 기자)



창의문으로 들어서는 등산객들. (사진=박지현 기자)



도성길로 진입하려면 초록색 철문이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사진=박지현 기자)


창의문 안내소에 다다라 북악산 탐방로 출입증을 받아들면 본격 트레킹이 시작된다. 티비 속에 나오는 도성길은 대부분 완만해 보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올랐지만 큰 오산이었다. 백악구간은 홈페이지에도 소개된 바와 같이 한양 도성길 중 별 다섯 개의 난이도다. 도성길은 꽤 가팔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열을 이루던 탐방객들의 발걸음은 점차 느려졌고 곳곳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사 있는 산길을 오랜만에 오른 기자 또한 차오르는 숨에 몸이 무거워졌지만, 맑은 하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에 힘을 얻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르는 중간중간에는 탐방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계단과 도성 정비가 한창이었다. 좁은 길에 출입금지푯말과 공사까지 진행 중이라 조심조심 손잡이를 잡고 올라야 한다.

 

돌고래 쉼터를 지나 백악마루 구간을 지나는데 유독 가파른 경사에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창의문에서 백악마루로 이어지는 구간은 계단이 없었을 시기에 어떻게 올랐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가팔랐다. 그러나 급격한 경사면인 만큼, 백악구간은 한양도성 길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선보인다. 오르는 동안 앞만 보지 말고 가끔씩 등을 돌려 산과 어우러진 도심 풍경도 감상해보자. 산을 오를 때마다 변하는 풍경은 은근한 성취감을 준다.


창의문 뒤편으로는 내부순환도로와 국민대학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국민대는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서 지상에서 볼 때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지만, 북악산에서 내려다보니 한 없이 작아보이기만 했다. 정작 더 거대한 산은 지금 오르고 있는 북악산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백악산 정상에 다다랐다. 평소 남보다 빠른 발걸음은 등산을 할 때 유독 빛을 발한다. 사람들은 정상에 크게 솟아있는 바위와 정상을 알리는 백악산 해발 342m’비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창의문 안내소에서 받은 북악산탐방로 출입증이 이채롭다. (사진=박지현 기자)



도성길 중간에 서있는 은행나무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사진=박지현 기자)



도성길을 오르는 곳곳에서 정비가 한창이다. 통행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사진=박지현 기자)


잠시 사람들을 피해 반대편에서 촬영을 하던 도중, 의경 한 명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아차’, 군사기지를 향한 촬영금지 푯말을 나중에서야 발견했다. 북악산에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구역이 많다. 촬영한 사진을 보여줬더니 문제 될 부분이 없었는지 의경은 별다른 말 없이 기자를 보내줬다. 백악산 정상에서는 세종로와 저 멀리 남산타워가 지척으로 보였고, 미세먼지 때문에 흐릿했지만 63빌딩과 잠실 롯데타워도 어렴풋이 보이는 듯했다. 도심과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소음은 산 정상까지 생생히 전해졌다.

 

청운대부터는 성곽 내측과 외측으로 길이 갈린다길 중간에는 도성을 허문 연결 통로가 조성돼 있어,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못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기자는 이번에 개방한 성곽 외측 탐방로를 택했다. 외측 탐방로는 목재계단과 완만한 길로 이뤄져 있어 백악마루 구간보다 한결 걷기 수월하다. 갓 개방된 길의 신선함을 느끼며 오르락 내리락 산행을 이어가다 보니 ‘1.21 소나무가 등장했다.


1.21 사태 소나무는 1968121, 북한 124부대 소속인 김신조 외 30명 무리의 무장공비가 청와대 습격을 목적으로 침투해 우리 군경과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 곳이다. 지금도 당시 총탄 교전의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있으며, 소나무에 이질적으로 빨갛게 표시된 총탄 자국은 당시의 치열한 접전을 눈에 선하게 보여준다.

 



1.21사태 소나무에 총탄 흔적이 선명하다. 역사의 상흔은 이렇게 오랫동안 남아 있다. (사진=박지현 기자)



해발 293m의 청운대. (사진=박지현 기자)



북악산에서 바라 본 인왕산. (사진=박지현 기자)



 왼편의 정사각형 모양이 숙종 때 정비된 부분이고 오른편 윗부분은 태조, 바로 아래는 세종때 정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박지현 기자)



경로를 확인하는 사람들. (사진=박지현 기자)



와룡공원을 지나 혜화문으로 향하는 구간. (사진=박지현 기자)


소나무에 이어 시대별 모양을 달리한 성벽의 형태도 눈에 들어온다. 태조 5(1396)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공사에는 산지는 석성, 평지는 토성으로 쌓았고, 성돌은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사용해 다소 불규칙한 모양을 하고 있다. 세종 (1422)때는 성돌을 옥수수알 모양처럼 다듬어 재정비했고, 숙종 때부터는 정교하게 다듬은 뒤 쌓아 올려 한층 견고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도성 길은 단순히 산길에 지나지 않고 도성 역사도 되돌아볼 수 있어 더할나위 없이 알찬 산행이 될 듯 하다.

  

숙정문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반납하고 그렇게 도성 탐방을 마무리하는가 싶었지만 갑자기 혜화문까지 가서 백악구간을 완전히 정복하고 싶은 욕심이 솟았다. 그렇게 삼청공원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혜화문을 향해 걸었다. 산길에는 어느새 기자 혼자였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마스크를 벗어 산 중턱의 맑은 공기를 느껴보았다. 돈 내고 공기를 사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없을 때를 노려 편안히 호흡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문득 씁쓸함이 밀려왔다. 혜화문까지 가는 구간부터는 익숙한 도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혜화문에는 도성길 트레킹을 시작하는 몇몇 외국인 무리도 만나볼 수 있었다. 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과 대비되는 그들의 심플한 복장에서 선명한 문화 차이를 느끼며 그렇게  백악구간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한양도성길 탐방시간은 겨울 (11월~2월)은 오전 9:00~17:00시 까지이고 봄, 가을 (3~4월/9월~10월)은 오전7:00~18:00, 여름(5~8월)은 7:00~19:00까지로 전부 폐장 2시간 전까지 입산해야 한다. 입산 휴식일을 폐지해 365일 연중 무휴 방문이 가능하고 무릎 관절이나 척추가 좋지 않은 사람은 완만한 구간인 혜화문~숙정문 코스를 추천한다. 


창의문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7212번, 1020번, 7022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고개, 윤동주시인의 언덕에서 하차하면된다. 숙정문에서 출발할 경우에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지선버스 111번, 2112번을 타고 명수학교 정류장에 하차해 20분 동안 걸으면 된다. 혜화문에서는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되지만, 도심에서 이어지기때문에 도성의 흔적을 발견하며 찾아가기 쉽지않다. 혜화문으로 진입할 경우에는 기자처럼 지도로 현재위치를 확인하며 가는 편이 좋다.




마스크 소지는 필수다. 산행을 할 때는 최소 1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사진=박지현 기자)



김밥이나 물, 과일같은 간단한 식사는 괜찮지만 본격적인 취사, 야영은 불가능하다. (사진=박지현 기자)



북악산 한양도성에서 지켜야 할 기본 방역수칙. (사진=박지현 기자)



북악구간은 남색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광화문을 중심으로 봤을 때, 서울의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백악구간은 인왕산 구간과 더불어 난이도가 가장 높은 코스다. (사진=서울특별시 홈페이지) 



*기자가 직접 오른 한양도성길 


-백악구간 


창의문-백악마루-1·21 사태 소나무-청운대-백악 곡성-숙정문-말바위 안내소


-와룡공원-혜화문 




*한양도성길 ASMR



백악구간을 오르는 사람들의 소리를 담은 ASMR.(촬영=박지현 기자)


곡성 구간에서 들려오는 도심과 산의 소리를 담은 ASMR. (촬영=박지현 기자)


혜화문으로 내려가는 구간에서 촬영한 새소리 ASMR. (촬영=박지현 기자)

저작권자 ⓒ건강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작성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