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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명상학회장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여행이 주는 진정한 선물은 사람이다

관리자 |2020-10-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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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누구와 떠나는가도 여행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무리 여행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여행을 마친 후에 추억을 곱씹을 때 가장 생각나는 것은 장소가 아닌 사람의 경우가 많다. 누구와 여행을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 어떤 추억을 공유했는가가 여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첫 여행은 대부분 가까운 사람과 함께한다. 중년의 단체 여행에서는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지만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부부 사이는 더욱 돈독해진다. 친구와 올 때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를 보듬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된다. 이처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여행이라면 사랑하는 연인, 친구, 가족과 떠나면 좋다. 서로 여행 스타일까지 맞는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떠나고자 하는 여행은 중년에 나를 찾기 위한 걷기 여행이다. 그런 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여행을 할 수 있느냐다. 가장 좋은 것은 혼자 가는 여행이다. 혼자 가면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여행은 일상생활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 혼자 하는 여행이 불편한 점도 있다.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고역이다. 특히 외국 식당에 혼자 들어가는 것은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물론 그 용기는 여행가로서의 성장을 도와줄 것이다.

 

여행 도중에는 많은 사람을 만난다. 같이 일정을 보내기도 하고 스치듯 만나기도 한다. 인생 최고의 여행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여행을 떠나면 마음을 열기 쉽고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떠났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친구라는 선물을 얻을 수 있다.

 

단체 여행을 떠날 때는 역이나 공항에서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보통 관광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동반자와 대화를 트는 게 좋다.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성향을 파악해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뒷자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선호한다. 앞자리는 여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고, 가이드 가까이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이 주로 앉는다. 여행 처음에는 중간에 앉았다가 자리가 고정되기 전에 마음에 드는 자리로 바꾸는 게 좋다.

 

여행에서 대화는 빠질 수 없다. 첫 만남에서는 여행을 떠난 동기와 여행 동안의 바람,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걷기 여행에서는 대화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에, 첫 만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은 털어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최소한 대화의 밑밥은 된다. 물론 사적인 주제로만 빠지지 않도록 한다. 주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자연스럽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와도 그날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아 로비에서 다시 모이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같은 코스를 걸어왔는데도 다른 것을 보고 다르게 느끼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하루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깨달음도 공유할 수 있다. 이야기의 주제가 현재의 일상으로 넘어가 삶의 고단함과 고민을 나누고 격려와 응원을 받기도 한다. 근처에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술집이 있다면 밤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날의 일정이 있으므로 흥에 겨운 나머지 과음을 하거나 밤늦게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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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종우명상학회장

한국명상학회 회장. 걷기 여행 주치의이자 화병 전문가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다. 2019년 11월 한의사로는 최초로 한국명상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명상 문화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분노를 풀고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정신의학과 한의학을 함께 연구해왔다. 그리고 자연에서의 치유가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과 분노를 잠재우는 올바른 치료법임을 깨달았다. 10년 전부터 여행과 걷기, 치유와 명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건강 캠프와 트레킹에서 상담과 주치의를 맡고 있다. 여기서 만난 많은 중년을 통해 걷기 여행이 어떻게 인생을 바꾸는가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인생을 바꾼 사람 중 한명이다.
김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어릴 때부터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고, 지금도 부정맥 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던 지난 2010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걷기를 통해 결과보다 과정이, 인생의 목표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에 고민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걷기 여행이었던 것이다. 걷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명상법도 수련하고 체득해 이것을 널리 알리는 데도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화병과 마음치유 정신요법, 명상 등에 관해 많은 저서를 썼다. 그 가운데 ‘마흔 넘어 걷기 여행’에 나온 내용들을 골라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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