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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8월의 마지막 날

관리자 |2020-08-3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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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8월 31일부터 일주일 동안을 '멈춤 주간'으로 선포했다. 이는 지난 3월 4일 코로나19 발생 초기 2주간 '잠시 멈춤' 캠페인의 재판이다.  2.5단계 시행일인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한 음식점에 영업시간 단축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






코로나가 재창궐하는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다. 54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에, 매서운 태풍에 한숨 좀 돌리려는 때 터져 나온 확진자의 세자리 숫자들이 점점 기괴하기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학원도 가지 않는다. 대신 프로게이머가 쓸 만한 두툼한 헤드셋을 머리에 얹고 컴퓨터에 앉아 영어선생님과 대화를 나눈다. 




정은경 본부장은 예의 침착한 어조로 ‘흩어지는 것이 연대’라며 연일 국민들의 이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천만시민 멈춤 주간’을 선포했다. 버스는 아예 운행을 20% 감축해버렸다. 결혼식장 매뉴얼은 우습기까지 하다. 신랑 신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단다. 운동선수 가수 연기자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한다. ‘턱스크’도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한다. 




갈수록 정부의 통제는 우리의 삶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지금은 준전시 상황이기에 정부의 통제에 잘 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의료인 파업과 광화문 집회 코로나 확산 책임론 등을 언급하며 집권 이후 거의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공권력’을 언급하고 있다. 코로나의 반동이 심하면 심할수록 국가의 통제는 우리의 일상을 더 꼼꼼하게 미세조종하고 있다. 




한번 틀어진 일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의 삶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며 경고 겸 엄포를 놓고 있다. 한번 조여진 통제의 밧줄은 쉽게 원래대로 풀리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코로나 이전으로도 돌아갈 수 없지만 국가의 통제 또한 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몇줄짜리 성명서를 발표하면 그 뒤부터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하고 ‘멈춤 주간’에 사실상 강제 동참해야만 한다. 불만은 없다.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켜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들을 쉬이 통제하는 수단을 더 미세하게 강구할 것이고, 국민들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불편과 희생을 무한대로 감당해야만 한다. 여기에다 법을 어기면 수백만원의 벌금과 수억원의 구상권까지 감수해야 한다. 끝도 모를 수많은 지침들과 통제 계획이 거의 날마다 발표되고 있다. 정부가 한번 맛을 들인 이 마법의 방망이같은 '공권력'을 언제 어디서 또 어떤 형식으로 손쉽게 사용할지, 적잖이 의구심이 든다. 공공의 안전을 내세울 때마다 정부가 '도깨비 방망이'를 빼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서민경제 초토와하는 코로나 계엄반대 시민비대위 회원들이 8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서민경제 국민기본권 압살 코로나 계엄 철폐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사실 공공의 안전을 위한 공권력은 최소한으로 작동해야 하는 게 맞다. 이 공공의 안전이라는 기준은 국가들마다 달랐다. 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코로나19 사태에 적극 개입한 국가는 비교적 방역이 성공을 거둔 반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해준 국가들의 피해는 컸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 개입은 적을수록 좋다’는 도그마가 깨졌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와 시장에 맡겨둔 경우를 비교했다. 조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질병 통제를 하고 복지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한국·뉴질랜드·덴마크·베트남 등은 감염자, 사망자를 최소화했고 그 덕분에 경제를 완전히 동면상태에 집어넣지 않아도 됐다. 미국·영국·브라질 등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 개입을 제때에 하지 않아 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뒤늦게 봉쇄조치를 펼치며 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적극적 개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계엄 반대 시민비대위'는 8월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민경제 국민기본권 압살 코로나 계엄 철폐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재창궐의 주요 원인이 교회와 광화문 집회에 그 책임이 있다고 도식화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 잠복기를 감안하면 8월 13일 이후 급격히 늘어난 확진자는 8월15일 이전 휴가철의 많은 이동 및 회합과 느슨해진 방역 의식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이들의 주장이 맞서고 있고 과학적 검증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객관적 판단은 잠시 유보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거나 책임의 덤터기를 덮어씌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잘 한 일은 잘한 대로, 또 누구도 가지 못했던 길을 가면서 실수했다면 실수했던 대로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무기다. 책임의 수건을 특정단체와 특정세력에 몰래 던져놓고 가버리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8월의 마지막 날은 코로나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의료 영웅들이 파업연장을 선언하며 저물고 있다. 서울은 멈춤 주간을 선포하고 암흑의 일주일을 맞고 있다. 언젠가는 이 암전은 끝날 것이다. 그때, 우리가 추스를 수 없을 정도로 정파간 갈등이 심화된다면, 사회 구성원끼리의 혐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제 2의 코로나19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권력’이라는 쉬운 길보다 인내와 설득, 관용이라는 어려운 길로 들어섰으면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 국민들 모두가 어깨 두드려주고 고생했다며, 다함께 웃는 순간이 오기를 8월의 마지막 날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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