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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따라... 한여름 군위에서 만난 풍경들

하연우 기자 |2020-08-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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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고로면 화산마을 전경(사진=하연우 기자)


"왜 돌아왔어?"

"배가 고파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김태리)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를 묻는 친구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서울에서 취업도 연애도 변변찮아 편의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혜원이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 영화는 혜원이 고향에 돌아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면서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과 그 시간동안 무르익어가는 삶과 우정을 잔잔히 담아냈다. '청춘을 위한 힐링 무비'로 각인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배경이 된 경상북도 군위를 둘러봤다.



(사진=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이미지)


■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 화본역


경상북도 군위는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지수가 높은 대표적 오지마을이다. 그만큼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않아 편하게 둘러보기 위해서는 차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당일치기나 1박2일 여행도 완전히 불가능하진 않다. 하루 딱 한 번, 청량리역에서 부전행 무궁화호를 타면 군위에서 유일하게 기차가 정차하는 화본역에 정오경 도착한다. 



군위 화본역 (사진=하연우 기자)


화본역은 철도 마니아들이 꼽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이다. 열차 탑승객이 아닐 경우에는 입장료 1000원을 내야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데, 역내에는 일제강점기 때 사용했던 급수탑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방문객들은 주로 급수탑을 둘러보고 역내 마련된 역무원 모자를 쓴 채 기념사진을 남긴다.


화본역 옆에는 새마을호 식당칸을 활용한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역 앞에서 50여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역전상회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혜원이 친구와 주전부리를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바로 그 장소다.  


- 위치 :  경북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


■ 혜원이 사계절을 보낸, 우보면 미성리


화본역에서 차를 타고 약 15분쯤 이동하면 우보면 미성리가 등장한다. 대구경북신공항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한동안 지역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곳이지만 막상 도착하면 한적함으로 가득하다.


우보면은 시골마을이 으레 그렇듯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이 시야가 탁 트인다. 차로 양옆으로 논밭이 끝없이 펼쳐지다 순간 수령 350년의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면 미성리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우보면 미성리 혜원의 집 (사진=하연우 기자)


군위 우보면 미성리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혜원의 집이 여전히 남아있다. 비어있던 집을 개조해 1년간 영화 촬영을 위해 사용했다가 현재는 이곳을 찾는 방문객을 위해 전면 개방돼 있다.


혜원의 집에는 영화 속에서 음식을 해 먹던 부엌과 홀로 사색을 즐기던 대청마루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마당에는 실제 영화에 쓰였던 자전거가 있어 영화의 한 장면대로 논길을 내달려볼 수도 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슬쩍 배가 고파질지도 모를 일이다.


- 위치 : 경북 군위군 우보면 미성5길 60


■ 삼국유사가 탄생한, 일연공원


가족 단위로 군위 여행에 나섰다면 고로면 화북리 일연공원을 리스트 맨 앞에 올려두길 권한다. 일연공원은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스님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일연스님은 군위 고로면에 위치한 인각사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펴냈는데, 이 때문에 군위를 '삼국유사'의 고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군위댐 하류에 조성된 일연공원은 물과 바위가 만나 절경을 이룬다. 물이 워낙 차갑고 맑아 좀처럼 만나기 힘든 다슬기도 이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진=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이미지)


일연공원의 백미는 단연 일연폭포다. 국내 최고 높이(100M)를 자랑하는 인공폭포로 군위댐 상류에서 분당 20t을 쏟아내 보는 것만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준다. 주변의 암벽과 조화를 이뤄 인공폭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일연공원은 원래 오토캠핑장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막아놓은 상태다. 대신 공원 인근에서 '노지 캠핑'이 가능하다.


- 위치 : 경상북도 군위군 고로면 화북1길 12


■ 해발 700M 하늘 아래 첫 동네, 화산마을


군위댐이 만들어낸 절경을 한눈에 감상하고 싶다면 고로면 남쪽에 있는 화산(828m)에 오르면 된다. 7km 넘게 이어지는 좁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그 누구라도 반할 수밖에 없는 절경에 저절로 탄식을 쏟아내게 된다.


흔한 슈퍼마켓 하나 없고 택배도 받을 수 없는 이곳에도 엄연히 100가구가 넘는 마을이 조성돼 있다. 화산마을은 1960년대 정부의 산지개간정책에 따라 집단 이주하면서 생겨났다. 전기도 수도도 없었던 불모의 땅에서 마을 주민끼리 힘을 합쳐 마을 공동체를 구성하고 하나둘 바꾸기 시작한 결과 현재는 농촌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곳으로 떠올랐다.



바람이 좋은 저녁 캠핑장 (사진=하연우 기자)


해발 700m에 조성된 화산마을은 아침에는 군위호를 중심으로 환상적인 운무를, 저녁에는 황홀한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두 풍경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면 바람이 좋은 저녁 캠핑장이나 자연닮은치유농장 등에서 캠핑 및 민박도 가능하다. 화산마을은 이미 캠핑족들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한 장소이지만 난도가 높은 노지 야영장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춰 도전해야 한다.


위치 :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산산성길 65(바람이 좋은 저녁 캠핑장), 65-1(자연닮은치유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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