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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하루 세끼를 먹었을까요?

성기노 기자 |2020-07-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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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조선시대 식사량'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게시글에는 조선 시대 남자가 얼굴보다 큰 그릇에 밥과 국이 가득한 상을 마주하고 있다. 또한 조선 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한 끼에 엄청난 양의 식사를 했다는 옛 문헌 일부가 함께 소개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쇄미록'이라는 책에는 '조선의 성인 남자가 한 끼에 7홉이 넘는 쌀, 즉 5공기 정도 되는 밥을 먹는다'는 내용이 있고 '용재총화'라는 책에는 '가난뱅이는 빚을 내어서라도 실컷 먹어대고, 군사들은 행군 시 군량짐이 반을 차지하며, 관료들은 수시로 모여 술을 마신다'고 대식(大食)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19세기 후반 한국에 머문 프랑스인 선교사 샤를르 달레는 자신의 책에 "조선 사람들의 큰 결점은 폭식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양반과 상민 사이에 조그마한 차이도 없다"고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조선 사람들의 이러한 폭식 습관은 음식이 풍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누리꾼들은 "조선시대 왕들이 단명한 이유가 당뇨, 고혈압이라더니 대식이 그 원인인 것 같다" "밥공기의 크기가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집 밥솥을 밥그릇으로 쓰고 있네" "사진 속 사람의 깡마른 체구를 보니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던 건 아닐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시대 남자가 이렇게 대식가가 된 것은 하루 세끼를 먹었다고 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루에 한끼도 못먹고 초근목피로 지내다 보니 한끼의 식사량이 이렇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여러분은 하루에 식사를 몇 번 하고 있나요? 3번? 2번? 

그리고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 식사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이롭다고 생각하나요? 이 역시 대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아마 대부분은 하루 3번 규칙적으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6년 일본 NHK가 실시한 '식생활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평일의 경우, 하루에 몇 번 식사를 하나?'라는 질문에 '세 번'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는데, 그 비율이 약 80%를 차지했다고 한다. 연령별로 보면 16~29세는 하루 평균 3식을 하는 사람이 남녀 모두 7-% 정도에 그친 데 비해 60대는 85% 이상, 70세 이상이 되면 90%를 넘었으며 고령 세대일수록 '1일 3식'을 고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의 예도 일본의 그것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1일 3식'의 식습관이 우리 생활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간헐적 단식이 유행하면서 하루 3번은 영양섭취 과다라는 의견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식사 횟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1일 3식이 이상적'이라는 사고방식에는 확고한 근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하루 세 번 식사를 하면 몸이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위장을 비롯한 내장 기관이 충분히 쉬지 못해 피폐해진다' '체내에 염증이 생긴다' '고혈당을 초래한다' '노화의 진행을 촉진한다'는 등의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1일 3식을 하늘이 내린 천명으로 인식하고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인식에서부터는 일단 좀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게 되었을까? 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라 다소 놀랄 정도다. 일단 우리의 삼시 세끼 역사를 보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역사학자들은 우리 역사를 '굶주림의 역사'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실 우리 선조들은 풍족하게 먹지 못하고 살아왔다. 특히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는 줄곧 굶주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식으로 거리를 헤매고 문전박대 당하면서 죽어 갔다. 민초들의 그 '땟거리 고생'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사한 아이들을 삼태기나 발채, 덕석에 둘둘 말아 봉분(封墳) 없이 마구 묻었던 '아장(兒葬)사리' 즉, '애기릉(陵)'이 마을마다 즐비했다고 한다. 못먹어서 수많은 아이들이 아사를 했던 것이다.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의 난', 조선후기 순조 헌종 철종 당시 들끓었던 민란과 일본제국주의 수탈, 1950년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되고 1967년 이후 10년 동안 지속되었던 '보릿고개'까지, 우리의 역사는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굶주림의 역사였다.  


윤재민(고려대 한문학) 교수는 강의 시간에 "선생님, 언제부터 세끼를 먹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조선시대까지 궁중에서도 하루 3끼를 먹는 경우는 없었다. 왕이라도 점심은 국수로 때웠다. 아침·저녁에 참을 먹고 점심때는 국수 등 간식을 들었을 뿐이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윤 교수는 "결론적으로 하루 세끼가 서민에 정착된 시기는 해방 이후도 아닌 70년대 후반쯤 경제가 나아진 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도별 밥공기 크기 차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도 1일 3식의 식습관이 대중적으로 퍼져나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그 계기에 관해서는 '1657년, 메이레키 대화재 때 목수와 기술자에게 에도 막부가 아침과 저녁뿐 아니라 점심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있다. 또는 '에도시대 후기에 등불이 보급되면서 활동 시간이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혹은 '메이지 유신 후, 정부가 군대에 1일 3식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어쨌든 에도시대까지는 무사나 목수 등의 육체노동자 외에는 1일 2식이 일반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1935년 국립영양연구소의 사이키 타다스 박사가 '남성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2500~2700kcal이다' '이것을 두번에 나누어 섭취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세번의 균형잡힌 식사를 하면 가장 건강하게 살 수 있다'라고 주장한 것도 1일 3식이 정착되는 요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25--~2700kcal'란 수치 자체가 조금 많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기초 대사량(내장 활동, 체온 유지 등 살아가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활동에 소비되는 에너지량'은 대략 다음과 같다. 


30~49세 남성 1500kcal, 여성 1170kcal

50~69세 남성 1350kcal, 여성 1100kcal

70세 이상의 남성 1220kcal, 여성 1010kcal


이 기준은 일본의 의학박사 아오키 아츠시가 주장한 것이다. 아오키 박사는 당뇨병 고혈압 등의 생활습관병 전문의인데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공복 식사법을 도입, 인슐린 이탈 및 약을 복용하지 않는 치료에 성공해 명성을 날리고 있다. 그 자신도 40세 때 설암을 걸려 식사법 등을 실천하며 완치된 경험이 있다. 


아오키 박사는 위에서 제시한 적정한 식사량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비하는 에너지량을 더해도 오늘날, 성인이 하루 동안 필요로 하는 칼로리는 1800~2200kcal 전후가 적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양 이상의 식사'를 하게 된다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선 위장은 매일 한계 상태까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피로감이 누적되어 이미 소화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거이에 쉴새 없이 계속해서 음식이 밀려들어 오므로 그것을 모두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러면 소화가 안 된 상태의 음식물이 장으로 가 쌓이고 결국 부패하여 유해 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그 결과, 장내 환경이 악화되고 장의 기능이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너무 많은 일을 하여 피로가 쌓이는 기관은 간장도 마찬가지다. 간장에는 음식을 '해독'하거나 음식으로 얻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 음식이 대량으로 혹은 끊임없이 계속 들어오면 간장 역시 쉴 틈이 없어 지치게 된다. 내장의 피로나 장에서 발생한 유해물질, 간장에서 분해하지 못한 독소는 몸에 다양한 문제를 초래한다. '1일 3식'으로 인해 질병의 역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식사 후에 졸음이나 피로, 나른함을 느끼는 것은 위장과 간장이 보내는 피로 신호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원래 식사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필요한 만큼 섭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몸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습관이나 타성에 젖어 생각 없이 먹음으로써 몸에 손상을 준다면 그것보다 우둔한 행동도 없다. 


현대인의 먹을거리는 넘쳐난다. 맛집 먹방이 예능 아이콘이 되다 보니 너도 나도 먹는 것에 목숨을 걸 정도로 과도한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 보니 몸이 원하지도 않는데 맛집음식을 먹고 먹방을 보면 따라하게 된다. 과유불급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내장 기관은 간절히 휴식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인 1명이 필요로 하는 1일 권장 칼로리는 자연히 감소한다. 따라서 식사의 질뿐 아니라 양에 있어서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질보다 오히려 양에 더 신경을 쓰고 적정한 양을 지켜야 한다. 


1일 3식은 불과 몇 십년 전 우리가 배부르게 먹고살 만한 세상이 되면서, 오랫동안 지속돼온 '굶주림'에 대한 보상심리 성격으로 유지돼온 측면이 있다. 이제는 먹고 살만한 세상이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세상이 됐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1일 3식에 목숨 걸고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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