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서 꿈꾸던 삶을 살아가는 자연인 박종인씨.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홈페이지)아무 연고 없는 무인도에 뛰어든 사나이가 있다. 자연인 박종인씨는 자칫 잘못하면 고립돼 생존 위험이 우려되는 무인도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짙은 물빛의 바다를 건너야만 만날 수 있는 무인도 한가운데는 자연인의 보금자리만이 자리해있다. 박씨의 자가용인 ‘뻘배’는 발만 디디면 쑥쑥 빠지는 갯벌에서 편한 이동수단이 되어준다. 15분이면 전부 돌아볼 수 있는 외로운 작은 섬에서 자연과 살아가는 그의 수줍은 미소는 어딘가 모르게 섬소년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너른 바다를 앞마당 삼아 지어진 자연인의 보금자리에는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물이 귀해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담아 허드렛물로 쓰고 텐트 생활을 하다 작은 배로 6톤의 자재를 나르며 직접 지은 목조식 조립주택은 고립된 섬에서 그를 따스하게 품어준다. 그리고 바다 풍경이 훤히 보이는 문 없는 화장실까지. 집 곳곳에서는 박씨의 자유분방한 성격이 엿보인다. 방안은 예상외로 깨끗하고 소박한 분위기를 풍긴다. 집 안은 소박하면서도 정겹고 자연인의 생존 의지가 엿보이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즉석식품과 미제 서바이벌 키트는 섬 생활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물건 중 하나이며 담금술을 즐겨 방 한켠에 가득 담긴 누룩에서는 그의 취향이 드러난다. 자연인이 미국에서 구입한 생존키트. 고립된 섬생활에서 유일하게 의지하는 물건이라고 한다.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홈페이지)산골 오지에서 태어난 박종인씨는 소에게 풀을 먹이고 민물고기를 잡으며 멱도 감고 산 소년처럼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시끌벅적 도시로 올라가서 치열한 IT 업계에만 근무한지만 30년. 하고 싶은 일이 워낙 많아 ‘하고재비’로 불렸던 그는 다른 사람과 달리 작은 마찰에도 상처를 받는 천성 탓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를 꿈꿨다. 후에 그는 정년 5년을 앞두고 은퇴 후의 삶은 원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리라는 계획을 세웠다. 술을 즐겨 전통주 제조법을 배우고 자연치유에 관심을 두며 요양보호사 1급 자격증까지 취득한 박씨는 하루하루 행복한 노후만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에 늦은 지금에라도 장남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다시 고향살이를 시작하게 된 자연인. 어머니를 극진히 살피며 고향에서 마음 편히 살아가던 어느 날, 박씨는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무인도를 알게 됐다. 섬에 들어온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지만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아내의 이해 덕분에 고향 땅과 가까운 곳에서 어머니를 살뜰히 챙기고 나름대로 자연을 즐기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기체조로 건강을 관리하는 자연인 박종인씨와 mc윤택.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홈페이지)집에서 내려오면 바로 닿는 해안가에는 노란 열매가 나는 팽나무가 우거져 있고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직접 낚시에 나서 물고기를 잡는다. 갯벌에서 잡히는 갯가재와 간재미도 충분한 저녁거리가 된다. 자연치유에 관심이 많은 자연인은 과거에 입었던 허리 부상을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동작을 엮어 다양한 스트레칭을 아침 루틴으로 실시한다. 바쁘게 돌아가던 육지에서의 삶을 멈추고 사람 하나 없는 자연의 품 안에 스스로 들어간 자연인 박종인씨는 은퇴 후 꿈꾸던 파라다이스를 비로소 이뤄, 그의 얼굴에는 행복하고 여유로운 미소가 넘쳐 흐른다.
역과의 접근성이 좋고 여유로운 강변을 따라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양평 물소리길. 남한강과 북한강이 이어지는 산책길로 코스마다 다양한 테마가 있어 걷기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다.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밀집된 공간 내의 활동이 어려워지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야외운동이나 산책, 도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운동이나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강변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국내 수많은 산책길 중, 서울 근교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양평 물소리 길은 양서면에서 용문면에 이르는 강변 산책길로 프로 산책러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소리길을 구성하는 각 산책코스는 중앙선 전철역과 접근성이 좋아 방문객들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물소리 길은 6개의 코스로 총 길이는 57km에 달한다. 산책길은 계절마다 색색의 옷을 갈아입고 각각의 테마가 있어 단순한 걷기 여행에 재미와 볼거리를 더한다. 각코스에는 방향을 안내하는 방향표시와 리본, 도보인증대가 있어 산책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천변과 산을 끼고 걸을 수 있는 문화유적길.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양수면에서 시작되는 문화유적길은 총 길이 8.3km에 3시간이 소요되며, 여운형 생가를 비롯해 이덕형(조선 중기의 문신) 신도비, 정창손(조선 전기 정치가) 묘를 거친다. 유유히 흐르는 하천과 초록이 짙은 산 풍경이 어우러져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코스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있고 인근 역으로는 양수역과 신원역이 있다.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하는 터널이 있는 기찻길.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2코스는 터널이 있는 기찻길로 남한강 공원과 자전거 길을 연결한 터널길이다. 이 길은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하는 공유 산책길로 총 길이는 9.8km, 3시간이 소요된다. 코스에 위치한 원복터널과 기곡터널은 여름과 가을철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을 피할 수 있는 휴식처가 돼주고, 걷는 내내 남한강 변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근역은 신원역, 국수역, 아산역이 있다. 시골 풍경을 끼고 걷는 고요한 강변이야기길.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 3코스는 아신역에서 양평역으로 이어지는 강변이야기 길이다. 10.2km 길이로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이 산책길은 나무가 우거진 산길과 마을 길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고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최적의 도보여행 길이다. 도보 여행객들은 물소리길 인증대에서 스탬프로 기록을 남길 수 있고, 천주교 양근성지와 안개가 낮게깔린 물안개 공원을 지난다. 최근 2020년에 양근섬과 부교 부근이 새 코스로 단장을 마쳐 양평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뷰 스팟으로 거듭났다. 벚꽃이 만개한 버드나무나루께 길.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 4코스 버드나무나루께길은 양평에서 출발해 벚꽃나무와 버드나무가 우거진 갈산공원을 지나고 맛집이 즐비한 양평 해장국 거리를 지나 원덕역에 도착하는 코스다. 버드나무나루께길은 도심 풍경에서 자연으로 빠져들 수 있는 코스로 만물이 피어나는 봄은 벚꽃이 만개해 산책길에 낭만을 더한다. 인근역으로는 양평역과 원덕역이 있고 최근 양평 해장국 거리 부근은 양평 대명리조트 뒷길로 일부 코스가 변경됐다. 바뀐 코스는 물소리길에 표시된 리본을 따라 이동하면 된다. 물 빛깔이 검은 흑천길. 강과 산이 어우러진 자연친화적 풍경이 인상깊다.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5코스는 원덕역에서 용문역에 이르는 흑천길이다. 총 7.2km로 2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단코스다. 길이가 짧은 만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코스다. 흑천은 하천 바닥에 검은 돌멩이가 모여있는 탓에 물 색깔이 검게 보인다 해서 흑천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수질이 좋아 매년 4~6월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들고, 일곱 개의 읍이 내려다 보이는 칠읍산은 강변을 따라 곡선 형태로 펼쳐져 있다. 인근 볼거리로는 5일, 10일마다 용문 천년 전통시장이 있으며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가을 빛이 물씬 풍기는 용문산 은행나무길. 물소리길의 마지막 여정인 6코스는 용문산관광지까지 이어진다.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물소리길의 최종 코스 용문산 은행나무길은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흑천에서 용문산관광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코스 끝에는 높이 42m에 11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30호 은행나무를 만나 볼 수 있는데 이는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심은 나무로 가을철 노랗게 물든 풍경이 장관이다. 은행나무 길은 고요한 남한강 변의 물소리와 신선한 공기를 뿜어내는 용문산자락이 이어져 자연의 숨소리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서울 도심과 가장 거리가 먼 코스로 길이는 10.7km에 3시간이 소요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우리의 일상은 다시 제한되고 있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할 수는 없지만 혼자서라도 답답한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면 양평 물소리길을 찾아보자. 서울 도심과 거리가 멀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다. 사람이 없는 날을 골라 유유자적 걷는 시간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지나지 않고 심신이 치유되며 여유로운 삶의 행복을 느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양평 물소리길 코스 지도. (사진=물소리길 홈페이지)
네덜란드의 첫번째 슬로시티인 '미드덴 델플란드(Midden-Delfland)'는 문화, 레크레이션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낙농업이 발달돼 녹색지구로 인증된 곳이다. (사진=미드덴 델플란드 홈페이지)네덜란드의 지방 도시인 ‘미드덴 델플란드(Midden-Delfland)’는 2008년 6월 28일 네덜란드의 첫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미드덴 델플란드는 총 1만8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도시로 지방 자치단체의 성격을 띤다. 도시는 마스랜드(Maasland), 스키클루이덴(Schipluiden), 덴 호른(Den Hoorn)등 다양한 시내 중심가가 도시를 이루고 있다. 미드덴 델플란드는 네덜란드 남부지역에서도 델프트(Delft)와 로테르담(Rotterdam), 헤이그(Hague) 등 인구 밀집 지역 사이에 자리해 주변 도시민들의 근교 휴양지가 되어주고 각종 레크레이션 관광을 유치해 레크레이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미드덴 델플란드는 이 지역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각종 문화, 환경,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지역 정체성을 키우고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다. 넓은 초원 지역과 전형적인 전원 마을의 형태를 갖추고 낙농업이 잘 발전돼, 정부로부터 작은 녹색 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벨기에와 더불어 주변 유럽국가보다 낮은 고도에 위치해 고유의 간척지 풍경은 방문객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지역 상품 역시 유명한데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포도, 양봉가의 꿀, 농장에서 만든 구식 유제품, 구식으로 구운 빵 등이 있다. 낙농이 오랫동안 유지되온 탓에 치즈 또한 유명하다. 지역 상품은 현지 제품을 홍보하고 ‘정직한 지역 제품만을 팔 것’을 선언한 ‘농장 상점(Farm shop)’에서 판매를 주관한다. 목가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미드덴 델플란드의 어느 농가. (사진=미드덴 델플란드 홈페이지)미드덴 델플란드는 농업이 활성화돼 주민 1/3이 농사를 짓는다. (사진=미드덴 델플란드 페이스북)자동차 사용자보다 자전거 사용자가 더 많아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돼있다. 타운을 따라 가로지르는 자전거 길은 전원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다. (사진=미드덴 델플란드 페이스북)도시환경 조성을 위한 프로젝트로는 가로등 조광을 위해 LED 가로등을 설치하고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애용하는 국민들을 위해, 안전한 자전거 길을 마련했다. 자전거 길을 따라 타운을 달리다 보면 목가적이고 한가로운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진정한 쉼을 선사한다. 마을 축제로는 서머 페스티벌과 항해 퍼레이드, 미덴 델플란드의 날이 있고 다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 식으로 진행된다. 마을 내 유적지로는 호든페일(Hodenpijl) 교회와 란드스타트(Randstad) 정원이 있다. 란드스타트정원은 지명에서 따온 이름으로 130만 명이 거주하고 있을 만큼 네덜란드에서도 인구 밀집 지역으로 손꼽힌다. 무역이 활발하고 추운 기후 때문에 따뜻한 분위기에서 요리를 먹는 문화가 있어 다양한 레스토랑이 거리 곳곳에 자리해있다.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은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츠베트호일(Zwethheul)이 대표적이고 팬 케이크를 파는 헤트손네(Het sonnetju), 농장 레스토랑인 드 리커바르트스푸브(De Lickebaertshoeve) 등이 있다. 다양한 지역 상품과 전통적인 전원 마을 분위기가 어우러져 고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미드덴 델플란드는 네덜란드의 관광상품이자 자랑거리다. 이후 네덜란드의 슬로시티는 미드덴 델플란드에 이어 보르허 오도른(Bprger-Odoorn), 알픈 –캄(Alphen Chaam)까지 해서 총 3개로 늘어났다. 도시는 각각의 도시로 존재하지 않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슬로시티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보수동 책방의 모습을 담은 사진. (사진=유주 기자)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보수동 책방골목. (사진=연합)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서점 여행’을 자신만의 여행 테마로 갖고 있을 것이다. 십수 년 넘게 글쟁이로 일했던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지역을 여행하던 그곳의 도서관과 서점은 눈에 띈다. 한 시골 마을에 취재 갔다가 시간이 비어 그 동네 도서관을 찾은 적이 있었다. 현지 주민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는데 한 직원이 베푼 친절함으로 1시간 정도 한켠에서 책을 읽다가 나온 경험이 있었다. 그 정다움이 내겐 그 마을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행도 역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남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깨달았더랬다. 보수동 책방골목 입구. (사진=구글)종이책의 아날로그한 감성을 좋아한다면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을 들러보길 권한다. 이곳은 전국에 몇 남아있지 않은 헌책방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헌책이 풍기는 약간은 퀘퀘하고 큼큼한 냄새, 먼지가 묻어나는 책장과 종잇장, 그 느낌이 주는 감성은 그곳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대체 불가한 것이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의 역사는 70여 년 전인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 전쟁 이후 부산이 임시수도였을 당시 수많은 피난민들이 내려와 부산에 정착했고, 학생들은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수업을 했다. 전쟁 후여서 헌책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그 무렵 보수동 골목을 주변으로 노점 헌책방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지금의 책방 골목이 형성되었다고 한다.마치 영혼이 서린 듯한 낡은 고서. (사진=보수동책방골목 홈페이지)끝도 없이 쌓여있는 헌책들. 한권 한권에 얼마나 많은 글들과 생각들이 담겨 있을까. (사진=연합)지금의 보수동의 모습은 그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방들 사이에 생긴 책방골목 사진관이 레트로 감성을 담은 사진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골목이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곳은 tvn에서 유시민 작가와 유희열 작곡가가 흑백사진을 찍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낡은 모습을 간직한 보수동 계단은 사진 촬영의 명소가 되었다. 내가 찾아갔을 때도 한 포토그래퍼가 커플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헌책방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책방골목 사진관. (사진=유주 기자)tvn에 등장했던 책방골목 사진관. (사진=방송장면)사진촬영 명소 보수동 계단. (사진=보수동 책방골목 홈페이지)보수동 책방골목이 방송을 타며 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이곳 상인들 입장에서는 단순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것은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책을 사거나 팔거나 읽는 것으로 인한 실질적인 수익이 발생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방 내부 촬영은 책 구입후에 가능하도록 한 곳이 많다. 책방골목의 명맥을 유지해 가기 위한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단지 구경만 하지 말고 책 한 권 구입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가려면 지하철 자갈치역에서 내려 국제시장 3번 출구로 나와 조금 더 걸어가면 책방 거리가 보인다. 국제시장, 깡통시장과 가까워서 이곳을 구경하는 길에 들러보면 좋다. 시장 풍경과는 또 다른 빈티지한 풍경을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다. 잠시동안 학창 시절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추억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보수동 책방골목부산광역시 중구 보수동1가 책방골목길021-244-9668http://www.bosubook.com/kr/
의식주를 자급자족하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인도네시아 '바두이(Baduy)'족이 사는 마을. 만화영화에서 미지의 세계로 나올 법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인도네시아 트래블 홈페이지) 바두이스는 금식 의식인 'Kawalu(카왈루)'를 3개월 동안 시행하며 이 기간동안에는 마을을 폐쇄해 외부인의 입장이 불가능하다. (사진=인도네시아 트래블 홈페이지) 소수민족은 사람이 살지 않던 땅에 터전을 잡고 소수의 사람들이 민족국가를 형성해 국가 내부에서 문화, 언어, 종교를 달리하는 이민족 집단을 의미한다. 현대사회와 동떨어져 구축해 나간 고유의 생활방식은 도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새롭게 다가와 이색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소수민족 마을을 천천히 구경하는 트레킹 코스와 식사, 농사법을 직접 체험해보는 프로그램 상품도 인터넷 상에서 판매중에 있다. 인도네시아 지방인 반텐(Banten) 근방 남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바두이(Baduy)족은 문명을 거부하고 외부세계와 단절된 삶을 사는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고대 순다족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의 터전을 지배한 무슬림을 피해 공동체를 이뤄 지금은 그 후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먹거리는 전부 채집, 수렵으로 얻고 소규모 벼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한다. 가부장제 성격이 강해 남녀의 역할분담이 확실하고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 외부의 것을 받아들이면 세속적으로 변한다고 믿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타 국가의 문화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바두이를 방문하려면 행동을 최대한 조심하고 가이드와 동행하는 편이 좋다. 소수민족은 두 부류로 외부인의 방문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바두이 달람(Inner Baduy)’과 ‘바두이 루아르(Outer Baduy)’로 나뉜다. 바두이 달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엄격하게 전통을 따르는 부족이라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반면 바두이 루아르는 외국인 관광객과 접촉이 많고 외부 이동도 자유로워 현대문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융통성을 띠고있다. 바두이 족의 모든 먹거리는 수렵, 채집과 벼농사로 자급자족한다. (사진=비프리투어 홈페이지)옷은 직접 짠 직물 의류를 착용한다. (사진=인도네시아 트래블 홈페이지)바두이족은 대중교통 이용이 금지돼 수도 자카르타까지 가려면 맨발로 꼬박 2일을 걸어가야 한다. 전자기기 사용도 불가능해 실시간 세계 뉴스 같은 외부소식은 전혀 접할 수 없다. 공장에서 생산된 신발과 의류는 일체 착용하지 않고, 오로지 하얀색이나 검정색 등의 직접 짠 직물 의류만을 허용한다. 현대인이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 투성이지만 바두이족은 당연한 일상 속 행위로 여기고 있다. 마을은 흙과 짚, 나무로 만든 집이 옹기종기 모여 만화에서 나올 법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마을 전체가 화장실이자 샤워실이고 어둠을 비추는 조명은 장작불과 머리 위에 달린 헤드랜턴 불빛이 전부다. 하지만 최근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에서 관광객들로 인해 바두이족의 생활이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발생한 쓰레기 더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족 고유의 문화와 규율을 보호하고 훼손되는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바두이족 마을 대표는 정부에 자신들의 마을을 관광 지도에서 지워달라는 요청을 올렸고,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마을을 찾아가 마을 전통을 보존하고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마을 내에 관광객 안내시설을 갖추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관광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출입을 금지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유입이 없어 인공적 공해가 전혀 없는 바두이족 마을은 청정 자연속에서 신체 리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곳이다. 관광지로 개방한 것이 아닌 거대한 문명의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관광지 특유의 느낄 수 있는 상냠함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고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엄격한 규율 아래 규칙적인 생활을 이루는 바두이족의 모습은 삶의 의미를 잃고 바삐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모델이 된다.
충청남도 보은군에서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 마을 '선애빌 마을'. (사진=보은군청 블로그)선애빌로 향하는 마을 입구. 녹음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사진=선애빌 카페)충청남도 보은군 청정지역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 마을이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교감하면서 살아가는 ‘선애빌 마을’은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명상 동호회를 함께 했던 회원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자연의 가치를 알고 존중하는 ‘생태적 삶’과 타인과 소통하며 사는 ‘더불어 사는 삶’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하는 삶’에 대해 대안이 될 가치를 고민하고 추구해 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전기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소변이 퇴비로 자연 순환될 수 있는 생태 화장실과 빗물 재활용시설, 자연농법을 통해 생태계 순환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방식을 실천한다. 선애빌 마을 대표 양승환씨는 환경문제, 에너지 문제, 인간성 회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선애빌을 세우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선애빌 마을에는 회사원부터 교사, 약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고 20여 가구, 총 40명이 선애빌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다. 선애빌 마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몇 가지 의무사항이 있다. 성인 1인당 20여만원 내외의 생활비를 납부하고, 모인 돈은 하루 식사와 전자기기 통신료를 제외한 공과금을 해결한다. 또 주민들이 함께 지은 농사의 농작물을 주식으로 하고 이외의 음식은 30%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선애빌 마을 체험 프로그램인 숲 속 명상. (사진=선애빌 카페)명상 동호회 회원들이었던 만큼 주민 모두 명상을 수행하고 명상가로서 개인의 발전을 꿈꾼다. 또 주민들은 삶의 다양한 문제를 놓고 원탁회의를 펼치며 각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문제는 만장일치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주말이 되면 명상을 비롯해 침, 뜸, 마사지같은 자가치유 요법을 활용해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인근 마을에 위치한 집을 찾아가 의료봉사도 실시한다. 기대리 선애빌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하루동안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없는 날의 행복’프로그램에서는 별빛산책, 아궁이 간식 체험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2013, 2014년에 생태관광협회에서 인증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도심을 떠나 자연길 걷기 명상과 아로마 힐링 마사지를 통해 심신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존감과 행복감을 높이는 ‘삶의 여백을 찾아 떠나는 힐링캠프’도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치유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 마을주민들은 매주 한 번씩 공동 노동인 '울력'에 참여한다. (사진=선애빌 카페)선애빌 마을 주민들의 모습. (사진=선애빌 카페)직접 마을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는 ‘심신회복 힐링 스테이’도 인기다. 이 프로그램은 원하는 기간 동안 선애빌에서 주민들과 거주하며 마을 일을 돕고 영농을 체험하며 치유의 경험과 생태명상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잠깐의 치유를 느끼기 보다는 일정기간을 선애빌에서 지내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단 프로그램은 개별프로그램일 경우 5~6명 이상, 1박 2일 프로그램은 20명 이상이 모여야 진행이 가능하다. 캠핑장 마을에는 주민이 직접 가꾼 꽃이 아름답게 피고 있어 마을에 생기와 매력을 더한다. 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사는 집과 체험공간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평온한 마음이 스며드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독특한 운영목적과 마을의 분위기는 언론에서도 소개된 바가 있다. KBS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에서는 전기 없는 체험 마을로 소개됐고, 청주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똥’ 2부작에서 국내 공동체 마을 모델로 이름을 알렸다.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부터 경기도 안양시, 과천시의 경계에 있는 서울 4대 명산 관악산. 정상 연주대는 인증샷 핫플레이스다. (사진=박지현 기자)연주대에 다다르기 전 조성된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과천 전경. (사진=박지현 기자)연주대에서 바라본 강남, 강북 방면. 동작대교부터 성수대교까지 한 눈에 보인다. (사진=박지현 기자)'부장님'의 주말취미였던 등산은 팬데믹 시대에 2030 사이에서 가장 '핫'한 취미 활동으로 등극했다. 2030은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고 산을 마치 도심의 핫 플레이스를 방문한 것마냥 찾아들고 있다. 등산 이유도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야외 데이트하려고', '오를 법해 보여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정상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서울 명산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등등 각자가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제 등산은 단순히 운동만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2030의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2030을 대상으로 한 등산 상권도 활성화되고 있다. 2030 초보 '등린이'(등산+어린이)들을 위한 등산 클래스가 생겨나는가 하면, 각종 플랫폼에서는 산악 전문인들이 이끄는 원데이 클래스(One day class, 하루 강의)가 열리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등산 크루(Crew, 모임)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산을 오른다. 기존 우리가 알던 중년 중심의 산악회에서 연령대만 조금 낮아졌다고 보면 된다. 하산하고 나서 함께 밥이나 술을 마시는 건 기존 산악회와 다를 바가 없다. 등산은 더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말 등산을 제안하는 부장님도 이들에게는 더 이상 두렵지 않을 듯 하다. 힘든 것을 기피하던 2030은 점점 사라지고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선뜻 산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봉산과 더불어 국내 화려한 산세를 지닌 산을 꼽자면 관악산을 들 수 있다. 600m가 넘는 높이의 관악산은 능선마다 날카로운 바위들이 즐비해 있고, 큰 바위봉우리끼리 연결돼 날카로우면서도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관악산의 역사는 삼국시대 때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전을 벌이던 군사적 요충지로 조선 건국 후에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강한 불기운을 가진 산으로 인식됐다. 이후 화산(火山)으로 불렸는데 불 기운이 강해 해를 입을 수 있다 우려해 지금의 사찰을 만들고 남쪽에는 관악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숭례문에 연못을 만들어 화기를 달랬다고 전해진다. 과천역 7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과천 향교 기점 코스. 가을 빛이 아직 남아있다. (사진=박지현 기자) 과천향교 코스는 정상 연주대까지 총 3.2km로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코스다. 왕복은 총 4~5시간이 소요된다. (사진=박지현 기자)산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기암괴석이 많고 등산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등산로에 위치한 기암괴석. (사진=박지현 기자)관악산은 어떤 코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제각각으로 나뉜다. 진입로는 서울, 과천, 안양에 걸쳐 나 있고, 서울대 기점 코스부터 사당역 코스, 과천향교 코스가 거미 다리처럼 곳곳에 분포해 있다. 산에 오르기 전날, 정확한 코스를 파악하기 위해 검색해본 결과, 서울대 기점 코스 관련 정보가 가장 많았고 ’등산 초보, 등린이도 오를 수 있는 코스‘로는 과천향교가 2위를 차지했다. 관악산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사당역 기점 코스는 대부분 비추하는 분위기 였다. 서울대 기점 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정상까지 거리가 짧고 접근이 쉬웠으며, 과천향교는 나무덱과 돌계단이 잘 조성돼 있어 다른 코스보다 오르기 수월하다고 글마다 소문이 나 있었다. 먼저 오른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악산 산세가 험하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웨이트 운동을 놓아 저질 체력이 돼버린 기자는 가장 쉬운 과천향교 코스를 택했다. 웨이트 운동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을 때처럼 체력이 좋았다면 도전정신을 발휘해 난이도 '상'의 사당역 기점 코스를 올랐을 테지만, 체력이 업그레이드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에서만 바라보던 관악산을 직접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최근 기자의 대학 선배들이 연주대에 올라 남긴 인증샷을 보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르는 산에는 특별한 매력이라도 있는 것인가? 오르면 다 같은 산 아니던가? 그저 그런 마음뿐이었지만, 모든 일은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서울 600m급 중에서도 명산으로 꼽히는 관악산은 산세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산세였다. 오르는 내내 '악'이 들어가는 산(개성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은 전부 힘들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등산로를 오르는 내내 친절하진 않지만 현재 위치, 남은 거리, 방향을 포함한 안내표지가 길을 안내했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비탈진 구간은 나무덱이나 밧줄이 설치돼 있었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귀를 시원하게 했고, 오를 때마다 늘어나는 기암괴석과 정상 연주대의 날카로운 바위 능선은 관악산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끼기 충분했다. 이런 산이라면 완등 했을 때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자 또한 여느 MZ 세대와 같이 인증샷을 여러 장 남겼다. 연주암에서 바라본 관악산 풍경. (사진=박지현 기자) 연주대에서 인증샷을 찍으려 대기하는 등산객들. 주말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다. (사진=박지현 기자)젊은층과 중년층의 등산 패션이 대비된다. 20대는 중년층에 비해 간결하고 편안함을 선택했고 중년층은 풀세팅으로 장비까지 갖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박지현 기자)정상에 오르지 않고 완만한 둘레길만 걷는 등산객들의 복장은 또 다르다. (사진=박지현 기자)정상부근에서 인증샷을 찍는 중장년층의 알록달록한 등산패션. (사진=박지현 기자) 평일이어서인지 산 정상은 한산한 편이었다. 편안한 복장으로 정상 꼭대기 바위에 앉아 밥을 먹는 등산 고수들부터 알록달록 아웃도어 브랜드 등산복을 입은 중년 무리, 그리고 레깅스, 편안한 티, 바람막이를 매치한 MZ세대로 추정되는 몇몇의 젊은 사람들이 전부였다. 주말이면 줄을 서서 정상 암벽을 오른고 인증샷을 찍기위해 줄까지 선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시국이라면 이 또한 감사한 상황이다. 연주대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무리를 뒤로하고 오른 바위 뒤편에는 강남과 과천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져 있었다. 미세먼지와 구름이 껴 선명한 조망은 불가능했지만 서울시내에 위치한 랜드마크(Landmark, 도시를 대표하는 조형물) 쯤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빽빽이 들어선 건물에서 모여 사는 도심에서 탈출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옆에서 김밥을 먹던 20대 여성 2명도 ‘살 것 같다’, ‘가슴이 뻥 뚫린다’는 등의 감탄사를 뱉어냈고, 연속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정상 바위 맞은편에는 절벽 끝에 아슬하게 걸터앉은 듯한 연주암은 정상 뷰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관악산 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하얀 공 모양의 기상 레이더 시설도 한몫하는 듯 했다. 산 정상에 있는 요소 하나하나가 관악산에 올랐음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관악산 등산로. (사진=과천시청) *기자가 오른 관악산 탐방 코스 -과천역 7번 출구(1.2km 이동) - 과천향교- 깔딱고개 – 연주암 – 연주대 – 연주암 – 깔딱고개 – 과천향교 (원점회귀 코스) -총 4시간 30분 소요 (오랫만의 등산으로 휴식이 잦았음) 정상 바위에서 바라본 연주대 풍경. (촬영=박지현 기자)과천 향교 기점 코스 계곡 물소리 ASMR. (촬영=박지현 기자)
똑같은 고기인데 야외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 똑같은 커피인데 바깥바람 속에선 더 향이 그윽하다. 하물며, 술은 말해 무엇하랴. 야외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술은 술보다 분위기가 더 취하게 만든다. 대학 시절 학교 잔디밭에 둘러앉아 마셨던 막걸리가 새우깡 안주 하나에도 맛있었던 이유도 그 분위기 때문이었을 터.영종도 용유해변으로 당일치기 캠핑을 떠났다. (사진=유주 기자)캠핑이 즐거운 이유는 그 행위를 하는 장소가 야외, 더 정확히는 자연과 가까이에 있어서다.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차박과 캠핑이 더욱 유행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따라 다녀본 덕에 캠핑의 맛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해 영종도 용유해변으로 훌쩍 당일치기 캠핑 여행을 떠났다. 바닷가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니, 이보다 좋은 카페가 어디 있을까 싶다. (사진=유주 기자)영종도는 인천 중구 영종동에 속한 섬으로 용유도와 삼목도, 신불도 사이의 바다를 방조제로 막아 만들어진 섬이다. 영종도에는 을왕리 해수욕장, 왕산해수욕장, 선녀바위해수욕장 등 다양한 해변이 있다. 그중에서도 평소 자주 가던 곳은 이름도 예쁜 마시안 해변이었다. 가끔 조개구이가 생각날 때면 달려갔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 해변은 이번 여름 일부 몰지각한 캠핑족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 탓에 현재는 캠핑이 금지된 상태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캠핑을 즐기는 이들. (사진=유주 기자)바닷가에서 낮잠을 즐기는 것도 꿀맛이다. (사진=유주 기자)마시안 해변을 지나 을왕리 해수욕장 쪽으로 조금 더 차로 달렸다. 용유해변 근처로 다가가니 텐트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다! 우리 일행은 해변가에 자리잡고 텐트와 캠핑 장비들을 내려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다 가까운 쪽엔 작은 테이블과 캠핑 의자를 배치했다. 먼저 챙겨간 드립커피를 한잔 내려 나만의 ‘오션뷰 야외카페’에 앉아 바닷바람과 함께 마셨다. 순간 행복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곳은 유료 캠핑장이 아닌 탓에 수도와 화장실 시설이 없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캠핑은 조금 불편해야 제맛이다. 멋진 바다와 바람과 바비큐와 모닥불이 여기 있는데, 그 정도의 불편함이 무슨 대수랴. 목살과 새우구이로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나는 해가 수평선에 닿을 때까지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캠핑에서 바비큐는 빼놓을 수 없다. (사진=유주 기자) 나만의 오션뷰 카페. (사진=유주 기자)어둑해지기 시작하니 근처의 캠핑족들도 모두 불을 피우기 시작해 더 캠핑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작은 경차 위에 침실용 텐트를 달고 다니는 캠핑족, 큰 텐트를 치고 낮잠을 즐기는 캠핑족, 테이블과 의자만 달랑 들고 와서 포장음식을 먹고 가는 캠핑족 등 다양한 이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캠핑을 즐겼다. 이날 하루치의 행복을 100% 맘껏 즐긴 나는 또 다른 캠핑을 기대하며, 패딩에 잔뜩 배인 불향을 가득 안고 용유해변을 떠나왔다. (내가 머물던 자리 주변을 말끔히 치우고 오는 건 당연한 매너란 걸 잊지말자!)
강원도 영월 두메산골에서 살아가는 자연인 국윤교·백현숙 부부. (사진=MBN)해발 650m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두메산골에 기와집이 자리해있다. 화전민도 모두 떠난 강원도 영월 두메산골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자연인 부부. 이들은 여태껏 소개된 오지의 자연인들과 다른 모습을 띤다. 집 앞으로 산골이 산수화처럼 펼쳐지는 자연인의 집은 본래 절터로 사찰의 공부방으로 지어졌던 건물은 추위로 인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다집을 찾기 위해 발품 팔던 자연인의 눈에 들었고 지금은 자연인의 보금자리로 거듭나게 됐다.오지에 낯설고 불편한 것 투성이어도 두메산골 자연환경에 매료돼, 정을 붙이게 된 이곳에서의 삶이 마냥 행복하다는 자연인 부부. 집 내외로는 작고 여린 초록 식물이 가득해 삭막해 보이는 산골에 생기를 더하고, 이렇게 집에 애정을 쏟은 지는 4년이 흘렀다고 한다. 원단 사업부터 다양한 사업에 도전했던 남편 국윤교씨는 시간 날 때마다 인두화와 그림을 그렸고, 당시의 흔적은 현재 방 벽 한쪽에 빼곡히채워져 있다. 하지만 IMF로 원단 사업은 접게됐고,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던 아내는 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커피 붐이 일어나기 전부터 영업을 시작해 저녁 시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들어올 정도로 성황리에 운영됐다고 한다. 하지만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기란 녹록지 않았다. 99%가 좋은 사람이어도 1%의 작은 일 때문에 상처받는 일은 부지기수요 배신 당하며 성공점에서 내려오는 길은 순식간이었다. 도시 생활에 지친 부부는 단호하게 다른 일을 해보자는 결심이 섰고, 이후 부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산중생활을 시작했다. 산골에 위치한 자연인의 집. (사진=MBN)자연인 부부의 보금자리.(사진=MBN)부부는 산중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즐길 만큼 즐겼으니 도시 생활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없냐’는 MC 이승윤의 말에 사람 사는 곳에는 끊임없이 뭔가가 필요하듯, 남편 국윤교씨는 ‘여전히 마무리 지을 것이 남아있고, 마무리하고 나서 뒷짐 지고 바라볼 수 있는 여유까지 가져야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산중생활 만족점수는 얼마냐’는 MC의 돌발질문에 입을 모아 90점이라고 외치는 자연인 부부는 일심동체인 듯 했다. 하지만 산중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마냥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이제 막 산에 들어왔던 아내 백현숙씨는 적응하지 못하면 살 수 없겠다는 우려 때문에 마음먹는 데만 3일이 걸렸다고. 아내는 여전히 불편한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좋은 것만 생각하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서로 장점만 보면서 살아가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음에 쌓인 짐을 비우고 도시의 때를 벗기며 자연에 차츰 물 들어갔다. 사람과의 접촉이 많지 않은 산속이라 차분한 성격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국윤교씨. 하지만 성격과는 달리 매일 1,340m 정상을 산악자전거로 오갈 만큼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아침이면 마당에서 키우는 거위 두 마리를 운동시키고 산길도 알려줄 겸 선뜻 산책에 나서고 목욕도 시키며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거위는 애완견 못지않게 주인을 따르고, 삵과 들고양이로부터 부부를 호위한다. 밭에서 기른 배추로 담근 김장김치와 표고버섯 비빔밥을 먹는 MC이승윤과 자연인 국윤교씨. (사진=MBN)아내를 보고 그린 남편 국윤교씨의 그림. (사진=MBN)저녁 식사는 바삭하게 구운 양미리와 나무에서 직접 채취한 표고버섯으로 표고밥을 짓고, 여기다 하우스에서 키운 생강꽃과 농사지은 깨로 짠 들기름을 더하면 영양 만점 표고 비빔밥이 완성된다. 남편은 결혼하고 난 뒤 찬밥을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내에게 대접받고 살아왔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도시에 있을 때는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집중할 수 없지만, 여기서는 배우자에게 집중할 수 있고 보는 눈이 넓어진다고 말하는 아내 백현숙씨는 서로 비교하는 부부가 있다면 산속으로 들어오라는 웃음 섞인 말을 던진다. 그녀의 긍정적인 성격은 화목한 부부관계의 비결임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자연이 주는 매 순간을 누리며 즐기는 자연인 부부의 인생은 평소라면 대단해보였을 행복을 일상 그 자체로 누리고 있다. 스케치북에 아내의 모습을 담고 가끔은 드립 커피를 마시며 산에서 누릴 수 있는 사치를 모두 누리는 두 자연인 부부. 그들의 얼굴에는 힘든 세월의 흔적 대신 이제는 웃음만이 자리하고 있다.
'엔스(Enns)'는 2007년 슬로시티로 선정된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다. 연중 축제가 열리고 살기좋은 도시로 요리, 예술, 음악, 레저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갖췄다. 사진 속 장소는 의 랜드마크인 시티타워(Citytower). (사진=Enns 홈페이지)송년에 열리는 전야축제 '치타슬로실베스터(cittaslowsilvester)'. 참여한 사람들의 복장이 독특하다. (사진=Enns 홈페이지)유럽 중심부에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살아가는 나라가 있다. 엔스(Enns)는 오스트리아 오버외스터라이히(Oberösterreich)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2000년 전 로마인이 세워졌고 여전히 중세시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1212년에 도시 지위를 부여받고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손꼽히는 엔스는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 무려 8개국의 접경지대에 위치해 유럽의 연결통로로도 불린다. 도나우강의 남쪽 지류인 엔스강은 중류 부근의 흐름이 매우 빨라 20세기 초반 수력발전소가 건설되기도 했다. 엔스는 2007년 4월 슬로시티로 선정됐고 매년 축제에서 향토음식을 선보이며 슬로시티 취지에 맞는 행보를 펼쳐 나간다. 엔스는 도시 인구수(11,937명, 2018년 기준)를 훨씬 넘은 15만 명의 방문객들이 매년 이곳을 찾아든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후에는 시내 숙박 관광객이 2만 명에 달했고, 도심과 교외에는 36개의 새로운 상점이 들어서며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봤다. 엔스는 도시의 12.8%가 숲으로 덮여있고 64.1%가 농업용지로 사용돼 식량 90%를 자급자족하고 있다. 또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춰, 레저시설부터 시기별로 다양한 축제가 연중 개최된다. 송년에 열리는 전야축제 ‘치타슬로실베스터(cittaslowsilvester)’와 5월에는 포도농장을 방문하는 축제가 열린다. 6월에는 오래된 자동차를 전시하고 모든 자동차 시속을 20km로 제한해 옛날로 돌아가는 올드타이머(Old timer)축제가 열리고, 7월에는 도나우강에서 잡은 생선으로 요리해 와인과 음악을 곁들이는 피셔맨스 페스티벌(Fisherman’s festival)이 열린다. 엔스시가 제공하는 등반 홀에서 전문 스포츠 등반가와 암벽 등반을 연습하는 엔스 시민들. (사진=Enns 홈페이지)모든 연령대가 이용 가능한 엔스 공공 도서관. 엔스는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연령대 별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사진=Enns 홈페이지)도심에 위치한 ‘시티타워(city tower)’는 고딕과 르네상스 건축양식이 결합 된 엔스의 랜드마크다. 시티타워 주변에는 쇼핑부터 요리, 예술, 레크레이션(recreation)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가 골고루 조성돼 시민들의 삶의 질을 책임지고 있다. 엔스의 모토는 ‘기분좋은 차이(Delightful different)’로 고성(古城)이 주는 중세 고유의 분위기와 낭만적인 산책길, 확 트인 전원 풍경이 매력 포인트다. 또 마을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축제는 전원적이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로 도시를 한층 훈훈하게 데운다. 주민들의 건강과 즐거운 인생을 위해 승마 교육장부터 달리기 시설, 발레스쿨, 음악스쿨 같은 기반시설이 두루 마련돼 있고, 청소년을 위한 택시가 있는가 하면 청소년 센터, 독거노인 의료 서비스, 어린이 보육 시설 등 나이대별로 국가에서 주는 다양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를 모두 미루어 봤을 때, 엔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first cry of life evening)’라는 복지정책을 말 그대로 성실하게 수행하는 도시로 볼 수 있다. 주요 관광지만 둘러보며 먹고 끝나는 대도시 중심 여행은 그 순간은 즐겁더라도 몸은 빨리 피로해지기 마련이다. 이제는 나라 선정부터 여행방식까지 정형화된 패턴에서 벗어나 슬로시티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슬로시티만의 훈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여행으로 기억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