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비전화제품’의 창시자는 일본의 후지무라 야스유키 박사다. 그는 오사카 대학에서 기초공학 박사를 받은 뒤 30년 간 1,000여개의 ‘비전화 제품’을 발명했으며, 과학기술청 장관상과 발명공로상을 받은 일본 최고의 발명가이다. 천식을 앓는 딸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것을 계기로 ‘어린이의 건강과 환경에 좋은 것’을 만드는 발명가로 거듭 났다. 그는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지나치게 사용해서 발생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2000년 봄, 전기 사용은 줄이고 행복지수는 높이는 ‘비전력 공방’을 설립하여 제품 개발 및 제자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이후 서울시는 그의 아이디어를 한국에도 도입해 은평구 혁신센터 내에 한국형 비전화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3.11 대지진을 경험한 일본은 원전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있다. 석유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재생에너지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인류가 에너지 문제로 고통을 겪을 날도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누려온 문명을 포기하고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후지무라 박사는 이런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전 지구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작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비전력화 프로젝트’다. 이것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훌륭한 대안이다. 동시에 자연건강인이 추구하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가치관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가 발명한 ‘비전화제품’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자원을 소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전기 위주의 방식에서, 전기를 배제한 채 자원과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극적인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에너지 위기가 서서히 도래해옴에 따라 후지무라 박사는 ‘에너지 사용을 참는 것’은 고육책에 불과하다고 조언한다. ‘참는 것’은 결국 오래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래 간다 해도 사람들을 불행하게 할 뿐이다. 그래서 후지무라 박사는 ‘행복지수를 높이면서 전력소비량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에너지 사용을 참지 않고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은 자그마한 궁리와 노력만으로도 가능하다. 후지무라 박사는 바로 그 자그마한 궁리를 우리들에게 제시하면서 에너지 위기를 대처하는 지구인의 대안 찾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세기는 전기 문명의 시대였다. 이전까지는 사람의 힘이나 증기 등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했는데, 전기를 이용하게 되면서 인류의 생활은 급격하게 쾌적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가 전력화되고 또 자동화된 현대 사회는 전기의 은혜를 가장 많이 누리고 있다. 지금 와서 그런 은혜를 부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전기를 부정한다는 건 사실 현실적이지 못하다. 후지무라 박사. (사진=비전화공방 서울) 다만, 우리가 쾌적함과 편리함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여름철만 되면 ‘전기를 아끼자’는 캠페인이 텔레비전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는 엄청난 전기를 쓰고 있다. 이는 전기에너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의 고갈과 지구온난화는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오로지 편리함과 쾌적함만을 위해 에너지를 이렇게 무작정 쓰도 되는지, 다른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자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후지무라 박사는 그 길의 하나가 바로 ‘비전력화’라고 생각한다. 20세기에 발달한 것은 전기공학뿐만이 아니다. 19세기 이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수많은 기술이 20세기에 탄생했다. 이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굳이 전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 빗자루나 압력솥처럼 예로부터 전해오는 지혜로운 물건을 다시 되살려보는 것도 좋다. 쾌적함과 편리함에 있어서는 이 물건들이 전기제품을 따라잡을 수 없다.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하는 게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을 직접 쓰는 게 더 즐겁고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공동으로 작업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서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전력화와 비전력화,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쁜가?’ 이런 식의 흑백논리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더 즐거운 쪽을 적절히 골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각의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떨까? 후지무라 박사가 말하는 비전력화의 개념은 힘들고 가난했던 옛날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풍요로움을 되찾기 위한 선택의 하나로 추천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인류가 환경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해치면서 발생한 자연의 역습이다. 이 코로나19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삶을 연습해야 한다. 비전력화는 후지무라 박사가 거의 20여 년 전 처음 제기한 아이디어이지만 그의 혜안은 놀랍게도 2021년 가장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삶의 방식이 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멘드리시오(Mendrisio)'는 스페인 남부 티치노(Ticino)주 최남단 도시로 2008년 국제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사진=시타 멘드리시오 홈페이지)멘드리시오(Mendrisio)는 스페인 남부 티치노(Ticino)주 최남단 도시로 2008년 국제슬로시티로 인정받았다. ‘웅장한 마을’이라는 의미의 멘드리시오는 인구 14,492명 (2018년 기준)이 거주하는 지방도시로 일찍이 도시화를 이뤄 철도가 건설되고 신흥 상업 및 산업 허브로 거듭났다. 주변 지자체와 네트워크 연결성도 좋아 건축 아카데미, 정신 병원, 산업 등 주변지역에 다양한 지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마제국 붕괴 후, 멘드리시오는 11세기에 카운티에서 독립 도시가 됐고 12세기부터는 지방자치단체 시대가 시작됐다. 이후 점차 영토를 확장하며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지어졌고 19세기에는 마을에 철도를 건설해 주변 국가 간의 산업 교류가 활발해졌다. 2000년에는 노동인구 3분의 1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산업 발전의 정점을 이뤘다. 현재 멘드리시오는 사회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는 지방 도시로 알려져 있고 이탈리아 국경에 위치해 많은 주민과 근로자들이 국경을 넘어 통근하는 상업 도시로 거듭났다. 멘드리시오는 해발 367m에 위치한 평야 지대로 토지면적 중 숲이 47.2%를 차지한다. 삼림이 발달해 도시 어디를 가든 초록이 우거져 있고 과수원과 목초지가 발달해, 스위스 내에서 포도 재배 면적만 36%에 달한다. 시는 풍부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매년 탄생하는 아이들을 위한 ‘생명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무 구성 요소와 건강상태를 분석해 나무 무리를 구성하는 등 도시 전체를 녹색 정원으로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멘드리시오는 해발 367m 평야지대로 스위스에서 포도 재배 면적이 36%에 달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거주 공간 지붕이나 마당에 평방 20m의 밭이나 잔디밭을 갖추는 ‘녹색 벽’을 만들면 시에서 5000 CHF(스위스 프랑, 한화 618만 9.050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혜택도 보여준다. 녹색 벽은 도시화에 의해 억제된 자연 공간 일부를 되찾고 동·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며 환경적인 측면에서 에너지를 절감하고 조경 품질을 높이는 멘드리시오 고유의 ‘퍼블릭 그린(Public green)’ 정책이다. 마르티노 교회, 토리아니 궁전 등 멘드리시오 다수의 고건축물은 파손 없이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스위스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녹음 사이에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고건축물은 도시에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이 빛을 발한다. 예수의 죽음을 기념하는 기독교 휴일 ‘성 금요일(Good Friday)’에는 그리스도의 행렬이 열린다. 9월에는 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전시하고 최고 품질의 포도를 가리는 축제가 펼쳐진다. 이 시기는 ‘가스트로노믹(Gastronomic)’시즌으로 부르며 지하에서 숙성시킨 유서 깊은 치즈와 방목해서 키운 질 좋은 소고기 등 제철 음식과 각종 슬로 푸드를 선보여 주변 도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축제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안마당(Courtyard)에서 열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과 공연을 감상하며 문화의 향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양배추에 소고기를 곁들여 가스트로노믹 시즌에 선보인 플레이트. (사진=시타 멘드리시오 홈페이지)산악 지형을 갖춘 멘드리시오에서는 다양한 레저를 즐기기 좋은 지형으로 주민들은 산악 자전거를 즐기고 매년 사이클링 대회도 개최된다. (사진=시타 멘드리시오 홈페이지)멘드리시오는 국토 70%가 산악지대로 시골길 걷기, 산악자전거(MTB),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기 좋은 지형을 가졌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라이딩이 인기를 끌었고 2009년에는 월드 사이클링 챔피언십이 열려 자전거 붐이 일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지속 가능한 이동수단 구축을 위해 전기자동차 공공 네트워크 ‘헤모티(Emoti)’를 운영하며 전기차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매년 전기 유통 회사와 협력해 충전소를 새롭고 성능이 우수한 모델로 교체하며 도로 곳곳에는 전기 자동차 관련 주행 정보와 표지판이 구비 돼 있다. 한국도 전기차가 상용화 중에 있지만 아직 전기차 충전소나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태라 대비되는 부분이다. 가정에서 직장의 출퇴근을 위한 전기 자전거 ‘플라이어(Flyer)’는 지속 가능한 이동성을 위한 멘드리시오의 계획사업으로 통근자 절반 이상의 두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와 각 기관은 직원들의 자전거 사용료를 적극 지원하며, 자전거 이용 횟수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는 회사 내에서 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개인과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전통문화와 산업, 지역 예술을 지키는 멘드리시오의 모습은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지역 공동체 운동 취지에 부합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쑥섬쑥섬 공식 블로그)전라남도 고흥의 작은 섬 '애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과거에는 외지인들이 쑥을 캐기 위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지천에 질 좋은 쑥이 나있어 오래전부터 '쑥섬'으로 불렸다고 한다. 또 애도는 '3무(無)' 섬으로 무덤, 개, 찻길이 없다. 대신 주민은 약 20명인데 반해 고양이가 50마리 정도 살고 있어 '고양이섬'으로도 불린다.지금은 사시사철 꽃이 지지 않는 '꽃섬'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애도가 '꽃섬'이 되기까지 일등공신이 있었으니 바로 김상현, 고채훈 부부다. 두 사람은 20년이 넘도록 애도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사진-쑥섬쑥섬 공식 블로그)쑥섬의 정원 꾸미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신성시 되는 공간으로 400년간 개방되지 않았던 원시림이기에 초기에는 개발을 두고 반대가 컸다. 하지만 고양이 사료를 운반하는 것도 부부다 도맡아 할 정도로 8년 동안 섬에 애정을 쏟아부은 덕분에 겨우 주민들의 마음을 열 수 있었다.부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꽃이 피어나면서 지금은 약 400여 가지의 꽃들이 사계절 내내 섬을 채우고 있다. 두 사람이 만든 정원 덕분에 방문객이 많아졌다. 2016년 5월 첫 임시개방 이후 2017년 한 해만 2만 명이 넘게 방문했다. 근래에는 귀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쑥섬의 정원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바다와 꽃들이 어우러지는 바다 위 비밀정원 덕분이다. 다도해와 일몰을 보며 트래킹 할 수 있는 3km 가량의 몬당길, 수백년 한 자리를 지켜온 돌담길 등 섬 전체를 둘러보면 1~2시간은 훌쩍 지나간다.(사진-쑥섬쑥섬 공식 블로그)남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난대수종이 울창한 원시림과 돌담 다랑이밭, 바다를 옆에 두고 산책 할 수 있는 성화등대길까지 어느 하나 버릴 풍경이 없다. 하지만 현재 쑥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탐방객 방문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고령자가 많은 쑥섬 주민들과 지역사회를 보호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차원에서 탐방객들을 막은 것.추운 겨울이지만 지금도 애기동백꽃을 비롯해 1월 중하순이 제철인 금잔옥대가 정원을 챙기며 다시 찾아올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쑥섬쑥섬 공식 블로그)
청정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간직한 경상남도 김해시. 사진속 장소는 우동리 우곡저수지 둘레길. (사진=김해시 관광 홈페이지) 슬로시티는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호하며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으로 국내에서 이 취지를 가장 잘 지키는 지역은 경상남도 김해시가 있다. 김해시는 2018년 6월에 전국 14번째로 국제 슬로시티에 이름을 올렸으며, 수많은 전통문화 유산과 아름다운 생태 자연환경을 보존한 인구 55만의 대도시다.공동체와 생태환경의 가치를 존중해 국가 습지 보호구역과 국가 생태 관광구역으로 인정받은 연지공원과 해반천, 율하천 등 생태환경 조성에 힘쓰고 진영읍 우동리에 위치한 우곡저수지에는 둘레길을 조성해 김해와 이웃한 창원을 넘나들며 김해 시민들의 산책길이 되어준다. 김해시를 대표하는 창원산 끄트머리에는 신라 시대에 창건돼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은행나무가 있으며 피부병에 좋다고 알려진 약수가 샘솟는다. 대암산에서 시작돼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화포천 습지생태공원도 볼만하다. 화포천은 한때 오염이 심각했던 곳으로 장마철에는 빗물에 온 쓰레기가 동네에 넘쳐났다. 하지만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현재는 800종이 넘는 생물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보호구역으로 거듭났다. 호젓한 분위기의 봉하마을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다. (사진=김해시 관광 홈페이지)‘가야사 거리’에 가면 가야시대의 수로왕릉부터 수로왕비릉, 봉황동유적, 대성동 고분까지 격조 높은 역사적 유적이 터줏대감처럼 동네를 지키고 있다. 봉화산 봉수대 아래 위치한 봉하마을은 자연과 사람이 편안하게 공존하는 마을로 소박한 슬로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김해까지 왔으면 단감과 향토음식인 갈비를 맛보고 가는 것이 도리다. 경남과 부산권은 축산업의 주요 산업지여서 싸고 질 좋은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진영갈비는 김해 9가지 먹거리로 9미(味)중 세 번째에 속하고 갈비집은 진영읍 곳곳에 위치해 있다. 여름철 평지못 둘레길에서는 백숙촌에서 여름 보양식인 백숙도 맛볼 수 있다. 가야시대의 대표 유적지 김해 수로왕비릉. (사진=김해시 관광 홈페이지) 문화 공간이 부족한 지방 도시의 특성에서 벗어나 문화의 전당부터 서부 문화센터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갖췄으며 도시 재생사업과 경관 디자인 개선 등 도시 기반을 다지는 데 시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통은 물론 일자리와 편의시설, 주거 여건을 골고루 갖춘 자족도시로 전국 지방 도시 중에서도 인구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지자체 중 한곳이다. 김해시는 광역시도별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이 70.3%로 전국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삶의 질이 높은 편이다. 주민 주도형 마을 공동체에 역사적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간다는 점이 슬로시티로서의 가치를 충족시켜 현재 국내에서 대표적인 도시형 슬로시티로 자리잡았다.
(사진=박민정 기자)캐나다 로키 여행 중에는 수많은 호수를 만날 수 있다. 30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이 고운 무지개보다 더 영롱한 빛을 뿜어낸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은 금물, 로키의 호수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번에 함께 찾아가볼 곳은 원주민 말로 '경이로운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요호 국립공원에 자리한 에메랄드 호수다. 이곳은 1882년 대륙 횡단철도 공사 도중 톰 윌슨에 의해 발견된 곳이다. 호수의 둘레가 5km 정도로 빙하의 녹은 물과 함께 빙퇴석이 켜켜이 쌓여 호수가 됐다.(사진=박민정 기자)에메랄드 호수의 가장 큰 매력은 산책코스다. 산책로는 대략 1시간 남짓한 코스로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풍경을 선물한다. 이른 아침이면 자욱한 안개가 가득해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 가문비나무와 만년설에서 흘러내린 에메랄드 색 물빛이 어우러져 눈도, 마음도 절로 시원해진다. 여름에는 시리도록 푸른 빛에 행복하고, 겨울에는 마치 흑백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사진=박민정 기자)또 에메랄드 호수는 로키 산맥에 자리한 많은 호수 중에서 유난히 청록색 빛깔이 선명한데 속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은 물빛을 자랑한다. 가만히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정화되는 느낌이다.겨울에는 아쉽게 카누를 탈 수 없지만 따뜻한 계절에 에메랄드 호수를 찾는다면 이색 체험도 할 수 없다. 카누를 타고 천천히 호수 위를 달리는 것인데 시시각각 변하는 로키 산맥의 풍경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카누 대신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길 수 있는데 운이 좋다면 엘크 등 야생 동물들도 실제로 만날 수 있다고 한다.(사진=박민정 기자)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 캡쳐)5대째 내려온 구들방아.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 캡쳐)첩첩산중 골짜기에서 자연에 동화돼 살아가는 자연인이 있다. 자연인 김희철씨는 5대를 거쳐 내려온 300년 된 집에서 산중 생활을 하고 있다. 산에서 태어난 그에게 산속은 집만큼이나 편안한 안식처다. 그의 보금자리는 태어나고 자란 집으로 힘들었던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연어처럼 돌아온 그를 따스하게 품어주고 있다. 결혼생활 후 행복한 가정을 이뤘지만 두 아들이 어릴 때, 아무런 준비 없이 아내와 헤어짐을 맞으며 자연인 김씨는 두 아이를 고향에서 홀로 키우기 시작했다. 살림에 ‘살’자도 몰랐던 그는 기술직에 근무하며 두 아들을 길렀고 이후 그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아들들은 직업군인과 번듯한 직장에 취업을 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의무를 마치고 뒤를 돌아보니 노쇠한 부모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 캡처)(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 캡처)효를 다하고자 정성으로 병간호를 했지만 아버지마저 병으로 떠내 보내고 어머니도 돌아가시자, 가족 중 첫째였던 그는 역사와 추억이 있는 지금의 집을 차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자연인은 ‘어디를 가더라도 이 집은 팔지 말고 여기서 살면 마음 그대로 다 잘 살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선견지명에 집을 지키자는 결심이 섰고 그는 마침내 ‘온 세상을 뒤져도 여기만 한 곳은 없다’고 깨달았다. 뒤이어 그는 마음도 편해지고 공기도 맑은 고향의 환경에 이끌려 산중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자연인의 보물창고에는 눈 오는 날 신는 설피부터 지붕 재료로 쓰였던 굴피(나무 껍질)와 뱀 집게, 베 짜는 기계, 디딜방아 그리고 좀처럼 보기 힘든 한문 윷판까지 골동품이 가득하다. 외관만큼이나 방안도 옛날 정취가 가득하다. 집안 바닥은 구들장으로 아궁이와 가까운 문가는 화력이 뛰어나다. 불을 많이 넣은 날에는 물을 끓이거나 부침개도 부쳐먹을 수 있어 '구들 인덕션'이나 다름없다. 한문으로 된 윷놀이 판.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 캡처)소나무 뿌리 영양을 먹고 자라는 복령은 주로 보양식으로 활용된다. (사진=MBN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 캡처)비가 오나 눈이 와도 새벽 4시 반마다 산을 타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자연인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긴 꼬챙이와 호미를 들고 산을 올라 칡과 복령을 캐는게 취미인 자연인. 그가 캐고 다니는 복령은 소나무 뿌리의 영양을 먹고 자라는 버섯으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캐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가 사는 산의 품 곳곳에는 아버지와 다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고,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산골의 아름다움을 깨달으며 유년 시절의 그때처럼 자신도 모르게 자연에 동화되어 가고 있다.
포틀랜드는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도시로 상생, 건강, 행복을 중시한다. 사진은 사우스이스트 호손 광장(Southeast hawtorne Boulevard) 에 모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트래블 포틀랜드 홈페이지)포틀랜드 중심가에는 명품, 공산품을 판매하는 매장보다 수공예, 빈티지 매장 수가 거리에 즐비해있다. (사진=트래블 포틀랜드 홈페이지) 힙스터는 유행을 거부하고 개성이 강하며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선구자를 의미한다. 해외에서 힙스터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 중 한 곳은 미국 포틀랜드(Portland)다. 포틀랜드는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지방에 위치 해있고, 미국에서 26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2019년 기준 654,741명) 1830년대부터 시작된 목재 산업은 초기 도시 경제의 원동력이었고, 1960년대부터는 도시 개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시 발전을 위한 개발 사업이 기존의 자연을 훼손한다며 거부 시위를 벌였고, 경제 부흥을 위해 각국의 기업들이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려 아우성일때도 포틀랜드는 한발 물러나 있었다. 포틀랜드 시민들은 개인의 직접적인 이익 없이 국제적 인지도를 얻기 위한 프로젝트에 시간과 거금을 투자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는 도시가 설립된 1850년부터 시민들이 상생에 대한 깊은 의식을 가진 덕분이다. 이후 진보적 성향이 강했던 포틀랜드는 반문화 국가로 이미지를 굳혔다. 한편 한국은 고립된 아파트 사회와 이기주의로 지역을 향한 애정과 사람 간의 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보다는 내가 잘되길 바라고 불행한 일 앞에서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사회에 만연하다. 이에 반해 포틀랜드는 개인적 이익보다 상생하는 것이 다 함께 살아남는 길이라 믿고, 사회가 만든 기준에 끌려가는 일상이 아닌 나와 타인과 속도를 함께 맞추는 슬로라이프를 지향한다. 높게 솟은 빌딩과 꽉 막힌 도로 대신 낮은 건물 사이를 가볍게 걸어가고 자전거를 즐겨 타며 유유히 도로를 누비는 트램까지. 포틀랜드는 차가운 대도시와 달리 온화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거리를 훈훈하게 채우고 있다. 포틀랜드는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계획을 최초로 제정한 도시로 2018년 전국(미국) 설문 조사에서 10번째 친환경 도시로 선정된 기록도 있다. 환경을 위하는 포틀랜드 시민들의 마음은 일상 곳곳에도 반영돼있다. 중심가에는 로컬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긴 수공예샵과 빈티지 샵, 레코드 샵이 즐비해 있고 100년 역사의 호텔부터 세계 최대 헌책방, 시내 최대 유기농 시장까지 고유의 역사가 담긴 공간들은 친환경적이고 예술적인 도시 분위기를 형성한다. 포틀랜드는 특히 커피와 맥주를 대표하는 도시로 불릴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 높은 커피와 맥주를 만나볼 수 있다. 가볍게 걷다 보면 유명 바리스타들이 투어를 도는 유명 카페부터 교외에 있을법한 소규모 브루어리(Brewery, 맥주 양조장)가 불쑥불쑥 등장한다. 포틀랜드 시민들은 먹거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높고 맥주 양조장이 도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트래블 포틀랜드 홈페이지)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보다는 공중 트램(Aerial tram)과 자전거를 선호한다. (사진=트래블 포틀랜드 홈페이지)500피트 상공을 달리는 통근 트램. (사진=트래블 포틀랜드 홈페이지)포틀랜드 사람들은 의식주 중에서도 특히 식문화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 포틀랜드 내의 가장 큰 ‘피에스유(P.S.U) 파머스마켓’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로컬 채소를 사고팔고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단순한 돈을 지불하는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각자 호기심과 지식을 발휘해 제품의 유기농 여부부터 수확된 농장의 규모, 사용된 비료,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까지 세밀하게 따진 후 구매한다. 더 나아가 남은 음식으로는 퇴비를 만드는 솔선수범을 보여 환경오염 부담까지 줄인다. 포틀랜드에서 탄생한 잡지 ‘킨포크(Kinfolk)’에는 포틀랜드의 슬로건 ‘Keep Portland Weird(포틀랜드를 독특하게 유지하자)’에 맞게 웰빙, 힐링, 그린 라이프를 추구하는 포틀랜드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킨포크는 계간지로 포틀랜드 지역 주민이었던 네이든 윌리엄스와 케이티 설 윌리엄스 부부가 동네 이웃·친구와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을 사진작가부터 농부·플로리스트·화가·요리사·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소박한 일상을 기록한 잡지다.초기의 킨포크는 ‘친척’, ‘친족’을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갈수록 킨포크만의 친환경적인 성격이 두드러지자 이후, 삶의 여유와 자연 친화적이고 소박한 기쁨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킨포크 잡지의 영향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몇 년간 사회현상처럼 웰빙, 미니멀리즘, 힐링이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고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 붐이 일며 한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우리 삶에 스며든 스몰 웨딩부터 친환경 지향 소비문화, 북유럽 생활방식(가구, 인테리어, 패션) 역시 슬로라이프를 기반으로 하고 대부분이 킨포크 라이프에서 비롯된 문화다. (사진=트래블 포틀랜드 홈페이지) 포틀랜드인들의 슬로라이프는 세계 1위, 미국 최고보다 경쟁에서 벗어나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고 소소한 행복과 건강을 추구한다. 포틀랜드가 이룬 업적을 보며 킨포크 라이프가 추구하는 행복을 거창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단지 내 옆의 가족 또는 친구와 건강한 식사를 함께하고 쉬는 날 취미 생활을 즐기며 여유를 느끼는 삶도 킨포크 라이프가 될 수 있다. 슬로시티연맹이 정한 농업과 전통예술 보호, 도시 삶의 질에 관련한 조건은 갖췄지만 이외의 항목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조건은 완벽하게 갖추지 못해, 슬로시티에 이름은 올리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 도시 브랜드의 품질을 위해 친환경 항목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도시 운영 전반에 반영한다면 충분히 국제 슬로시티로 거듭날 수 있을 듯 하다. 도시 전체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한국인으로서는 잘 와닿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주의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행복을 위해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과 교류를 터보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세상은 잠시 혼자 살다 가는 곳이 아니다.
만과 강이 발달한 캐나다의 슬로시티 '코위찬 베이 (Cowichan Bay). (사진=코위찬 베이 홈페이지) 북미의 슬로라이프를 실현하는 캐나다 코위찬 베이(Cowichan Bay)는 밴쿠버 동쪽 해안에 위치한 섬의 지역사회다. 일년 내내 따뜻한 기후로 유명하며 계곡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카약부터 하이킹, 연어낚시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많은 만과 갯벌, 강가가 발달해 1800년대부터 원주민들은 조개류와 연어로 부를 수확했고 그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캐나다 내에서는 연어의 수도로 불리고 있다. 코위찬 베이는 1860년대에 철도 건설 전, 섬을 연결하는 증기선 서비스의 중심지였으며 주로 목재와 연어를 수출했다. 이후에는 섬과 육지를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돼 캐나다 레크리에이션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주요 산업은 어업과 관광업으로 양조장, 와이너리 관광과 수중 스포츠를 즐기려는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코위찬 베이는 교통과 각종 산업이 발달하고 슬로시티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시보다는 마을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의 역사는 유럽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빵집 ‘트루 그레인(True grain)’으로부터 지역사회의 변화가 시작됐다. 당시 빵집은 주로 유기농 빵을 판매하며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췄고, 이후 친환경 옷가게부터, 현지 치즈 가게와 와이너리, 양조장 등 다양한 건강한 현지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가게가 생겨나며 지역사회 발전에 바탕이 됐다. 마을 내에는 슬로라이프를 추구하는 친환경 가게들이 들어서있다. (사진=코위찬 베이 홈페이지)유기농 밀로 만든 빵을 판매하는 '트루 그레인 베이커리(True grain bakery)'. (사진=코위찬 베이 홈페이지)볼거리 또한 다채롭다. 강 하구에는 자연센터인 ‘네이처 센터(Nature Centre)’에서 하구의 해양 생물과 해안가의 야생동물, 조류를 관찰하는 등 코위찬 베이의 자연 및 문화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산책, 승마, 자전거, 테니스, 하이킹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길과 복지시설도 마련돼 있으며, 마을 내 테니스 유일한 코트는 영국 윔블던 테니스 코트에 버금가는 풍부한 잔디량으로 유명하다. 수변 레크리에이션으로는 유유자적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약과 연어낚시가 인기다. 수상가옥도 발달해 물 위에서 일하는 마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코위찬 베이 참새우축제(Cowichan Bay Spot Prawn Festival)’는 청정 환경에서 거둔 새우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며 유명 요리사들이 새우로 요리 경연을 펼친다. 산책하면서 감상하기 좋은 조각품을 전시하는 ‘예술산책(Artwalk)’도 열리고 지역 수공예품 제작을 체험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산책하기 좋은 코우찬 베이 웨섹스(Wessex)지방의 바다 전망 산책길. (사진=코위찬 베이 홈페이지)주요 식품은 옛날 방식으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해산물 요리, 유기농 곡물로 만든 빵, 장인이 만든 치즈까지 슬로푸드가 있다. 역사와 생태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주어진 자연을 활용해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며 과거를 소중히 간직하는 코위찬 베이는 슬로시티로서의 가치가 충분해 북미 최초의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영주산 천국의 계단에서 보이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 방면 풍경. (사진=비짓 제주 홈페이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영주산은 326m의 적당한 높이로 가볍게 오르기 좋은 기생화산이다. 산 정상은 독특하게도 분화구 모양이 마치 말발굽형을 이루고 있어 나름의 특색이 있다. 한라산을 포함한 7개의 산 중에서도 낮은 고도에 비해 산체가 커, 최근 들어 숨은 하이킹 성지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본래 영주산은 개인 사유지로 소 떼 방목지로 사용돼왔다. 아침에 소를 방목했다가 오후에는 다시 거둬들이는데, 시간 때를 잘 맞춰 가면 자유롭게 휴식하는 소들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너른 목장 초지와 곳곳에 솟아오른 오름이 조화를 이루는 이색적인 풍경 덕에 영주산은 ‘제주의 알프스’로 불리고 있다. 영주산은 ‘신중동국여지승람’에 속명인 ‘영모루’로 기록돼있고, 바다 위에 있는 3곳의 신성한 산(봉래산, 방장산, 영주산)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금처럼 숨은 명소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지역주민들이 찾던 산으로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기때문에 친절한 정보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네비게이션으로 영주산을 찍으면 그 흔한 주차장도 없는 너른 들판이 나타난다. 산 입구로 향하면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별도의 출입금지 안내판이 부착돼 있지 않으면 울타리를 피해 들어가면 된다. 넓은 목초지 한가운데 솟아오른 영주산에는 총 3개의 둘레길 코스가 조성돼 있다. 영주산 정상길로 향하는 2.3km의 1코스와 영주산을 크게 한 바퀴 도는 3.82km의 영주산 둘레길 2코스가 있고, 3코스는 영주산 둘레길과 성읍 저수지를 거치는 최장코스로 6.32km가 있으며 평균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영주산 둘레길 안내 표지판. (사진=비짓 제주 홈페이지) 영주산은 362m 높이로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들도 오르기 쉽다. (사진=비짓 제주 홈페이지)산 초입을 가볍게 걷다 보면 완만한 능선이 시작된다. 능선을 오르다 보면 여유롭게 풀을 뜯는 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제주 외의 지역에서는 다소 생소한 풍경이다. 하지만 영주산을 비롯한 제주의 몇몇 오름은 목장 지대로 사용돼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관광객일 경우, 낮 시간대에 방문하면 말과 소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유럽의 평원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말과 소가 크게 위험한 동물은 아니지만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안전하고 탐방로 곳곳에는 푸짐하게 쌓아놓은 똥이 불시에 나타나니 풍경은 감상하되 길에 주의를 기울이며 탐방해야 한다. 개인 사유지라고 해서 볼거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둘레길 초입은 편백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제주의 바람과 숲의 향기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고요하고 이국적인 영주산만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제주 동쪽은 특히 오름이 많아 산을 오르는 내내 다양한 높이의 오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운동장처럼 둥근 분화구로 걷기 좋은 백약이 오름부터 포토 스팟으로 손꼽히는 아부오름과 가파르지만 정상 풍경이 아름다운 동거문오름까지 주변 오름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오르면 여유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영주산은 팜파스(pampas)와 수국 군락지이기도 하다. 6~7월에 영주산을 오르면 풍성하게 피어난 파랗고 붉은 수국군락을 볼 수 있고 가을·겨울철에는 핑크뮬리의 원조 팜파스그라스가 너른 영주산 들판을 가득 메운다. 영주산 정상으로 향하는 '천국의 계단'. (사진=비짓 제주 홈페이지)탐방객들이 달아놓은 방문 리본.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사진=비짓 제주 홈페이지)산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제주 제2공항 부지가 보이고 왼편으로는 한라산이 높게 솟아있다. 날이 좋은 날에는 멀리 있는 성산 일출봉과 우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그렇게 제주의 풍경을 감상하며 오르다 보면 하늘을 정상을 향해 뻗어있는 ‘천국의 계단’이 등장한다. 영주산의 처음이자 최종 난코스로 계단 수는 약 100계단이 넘는다. 밑으로 꺼진 분화구 탓에 마치 하늘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인데, 난간도 없고 경사가 심한 편이니 중심을 잡으며 조심히 오르는 것이 좋다. 난코스인 계단을 지나면 평탄한 길이 등장한다. 곧장 걸어가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식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정상에는 그 흔한 쉬어가는 벤치 하나 없고 통나무집으로 된 산 지킴이 초소만이 자리하고 있다. 제 2의 고향으로 제주도 오름과 산을 수도 없이 다녀본 기자의 팁을 더하자면, 너무 늦은 시간이나 혼자는 되도록 방문을 삼가하는 것이 좋다. 제주 오름은 대부분 외진 곳에 있어 인적이 드물고 오시록헌(한적하고 음침하다는 의미의 제주도 방언) 분위기가 강하다. 날이 밝아도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나홀로 등산은 위험할 수 있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되도록 둘 이상이 방문하길 권한다. 단순히 정상등반이 목표라면 최단코스로 올라가는 것이 좋지만 나무 하나 없이 탁 트인 영주산에서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시간이 걸려도 돌아가는 2코스나 3코스를 추천한다. 더운 날에는 땀이 좀 날 수 있지만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제주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수 있다.
'폴리바이닐카보네이트(PVC)'로 제작된 태양광 충전식 조명 '루미네이드(LuminAID). (사진=루미네이드 홈페이지)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재난은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물과 음식 공급이 어려워지고 전기가 끊겨 깜깜한 밤을 조명 없이 보내야 한다. 재난 대응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와 달리 전기공급이 어려운 시골 마을과 위기를 피해 도망가야 하는 난민들은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을 지켜본 뉴욕 건축학교 학생 안나 스토크(Anna Stork)와 안드레아 스레슈타(Andrea Sreshta)는 재해 후 생존자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팽창식 태양열 등 ‘루미네이드(LuminAID)’를 설계했다. 루미네이드는 비닐 PVC 소재에 태양광 전지 패널이 부착돼 낮 동안 햇빛을 쬐면 충전된 전기 에너지로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힐 수 있다. 최대 충전시간은 약 5시간으로 충전하면 8~10시간 동안 빛을 낼 수 있고 3단계까지 밝기 조절이 가능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빛은 충분히 낼 수 있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자동 충전 모드로 전환돼 별도의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쉽게 찢어지지 않는 PVC 소재를 이용해 쓰레기 발생 우려가 없다. 양초나 독성 등유처럼 사고 위험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가볍고 컴팩트 해 가방에 접어 넣거나 걸고 다닐 수 있으며, 최근에는 손잡이 달린 사각형 디자인의 충전 USB 겸용 모델이 출시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75$, 한화로 8만 1,397원이다. 비틀어서 개봉해 세워둘 수 있어 외부에서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 어두운 밤에 시력 유지를 위해 밝은 백색광과 적색 조명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레드라이트 모드(Red Light mode)’가 추가됐다. 2-in-1 전화 충전기 루미네이드. 저전력모드에서는 최대 100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루미네이드 홈페이지) 루미네이드는 하나를 구입하면 하나의 빛이 저개발 지역 가구에 공급되며 일부 수익금은 오지와 재난지역에 기부된다. (사진=루미네이드 홈페이지)루미네이드는 세계 피해 지원센터 쉘터 박스(Shelter box)와 유엔 인구기금(UNFPA), 국경없는의사회 등 전 세계 비정부기구 및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루미네이드는 전 세계 100개국에 협력 파트너들을 통해 250,000개의 루미네이드를 배포했고, 그중 50,000개의 루미네이드는 자사의 ‘Give Light, Get Light’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후원했다. 일상생활에 필수인 빛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루미네이드는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캠핑용품, 비상 키트까지 다양한 일상생활을 조명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루미네이드 사용자는 ‘올 여름까지 여러 번 사용했는데 전화 충전기와 랜턴의 조합은 생명의 은인이다’, 라고 밝혔고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여행 필수품으로 꼭 당신의 무기고에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채널 abc는 ‘비상사태가 있거나 재해가 있을 때 유비쿼터스 되는 독창적 장치이다’라고 밝혔다. 단 일조량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신속한 충전이 어려울 듯 보인다.하나를 구입하면 하나의 빛이 저개발 지역 가구에 공급되는 시스템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수익금 일부는 빛을 필요로 하는 오지나 재난지역에 기부하는 데 사용된다. 그린 에너지(태양광)도 사용하고 폐기물 걱정 없이 불빛이 필요한 전 세계 가족을 돕는 일이니 의미 있는 구매가 될 듯하다.